부엌과 이어진 쪽문 옆에서 언니는 잠이 든다. 저녁이면 맞은편 집 마당에서 펄럭이는 셔츠의 한쪽 소매를 만지던 언니. 동생은 더러워진 빨래에 대해 단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 하늘을 날지 않는 새들은 동작을 멈출 줄 아는 도롱뇽 같아. 끝에 닿기 전에 한 번쯤 정지하는 일 말야. 언니는 동물도감을 펼치고 도롱뇽 꼬리를 부엌칼로 잘라낸다. 쪽문을 드나들다 키가 큰 언니는 매일 밤 흰 목을 구부린다. 건물 난간에 걸친 달이 몸속에 뼈를 세울 때마다 언니는 어깨가 아프다. 너를 찾아가도 될까? 이제 더 이상 손발이 자라지 않았으므로 언니는 밤마다 짐을 꾸린다. 오늘의 달은 구겨진 흰 셔츠처럼 마당에 떨어진다. 쪽문을 떠나기 위해 언니는 립스틱을 바르고 깊은 잠 속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묵을 곳은 분화구밖에 없어. 달의 도면을 펼치고 언니는 분화구의 부드러운 구멍 안으로 도롱뇽처럼 기어간다. 몽상병에 걸린 동생은 방문을 잠그고 어른이 될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
● 남동생이 형을 따라다니며 '언니, 언니'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좀 어색해요. 하지만 원래 '언니'는 동성(同性)의 손위형제를 부르는 말이었다지요. 언니가 필요해요. 언니, 미술 숙제 좀 해줘. 언니, 운동화 좀 대신 빨아줘. 언니가 몸 약한 나 대신 오래달리기도 해주었으면. 언니, 옆집 아이가 자꾸 때려. 언니, 등록금 좀 벌어줘. 공부만 할래. 언니, 뭐든 언니가 먼저 가보고 다치고 아프고. 그리고 나한테 말해줘. 내 곁에서 먼저 세상을 만져보고 느껴줄래? 모든 것과의 첫사랑은 언니에게 양보할게, 말하고 싶은데 언니가 없어요. 자꾸 나 먼저 하라고 떠밀며 등 뒤로 숨는 부끄럼쟁이 동생같이 그림자만 나를 따라올 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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