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한 후 부동산 시장이 몇 차례 술렁였다. 지난해 11월 강남구 개포지구의 정비구역 지정이 무더기로 보류되자 재건축 속도조절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또 지난달 가락시영아파트 재건축 용적률을 높이는 종(種)상향이 이뤄지자 이번에는 시가 재건축에 대해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과, 박 시장이 토건세력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함께 제기됐다. 이 같은 일은 모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막강한 권한에 비해 감시의 눈길은 미치지 않아 투명하고 책임 있는 운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위원 명단은 비공개이고, 회의록 역시 심의 6개월 뒤 늑장 공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원회는 행정2부시장 등 공무원 4명, 서울시의회 의원 5명, 민간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된다. 임기 2년의 민간 위원들은 모두 오세훈 전 시장 때 위촉됐다.
서울시는 위원들의 명단과 직업 등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도시계획조례의 회의록 비공개 조항을 포괄적으로 해석해 명단도 비공개로 하고 있다"며 "명단을 공개할 경우 위원들이 로비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단 비공개가 로비를 막기는커녕 투명한 운영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위원 명단 정보공개청구를 추진 중인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장은 "건설사 등 이해 관계자들은 어떻게든 위원 명단을 입수해 로비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오히려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중요한 공적 결정을 하는 기구가 사회적 감시와 책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명단이 비공개인 도시계획위원들은 로비의 표적이 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북한산 콘도비리의혹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기옥 의원은 "2008년 경관지구인 북한산 자락에 7층 규모의 콘도를 건설할 수 있도록 결정하는 과정에서 도시계획위원회 명단이 유출돼 업체 측이 사업설명회라는 명목으로 위원들에게 향응과 접대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또 2005년 양윤재 전 행정2부시장이 구속된 청계천 재개발 비리 사건에서도 도시계획위원회가 로비 대상으로 지목됐다.
하승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공적인 업무를 위탁 받아 수행하는 위원회는 명단을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며 "이름이 공개되면 투명성과 책임성이 높아져 청탁이 안 통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정보공개청구 담당자는 "현재까지 도시계획위원 명단이 공개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명단 공개에 따른 공익과 부작용에 대한 각 기관의 판단에 따라 공개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록 공개에도 소극적이다. 시는 '회의록의 공개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안건의 심의 종결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공개한다'는 조례에 따라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방도시계획위원회는 6개월 이하 범위에서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 서울시는 법이 정한 최대한도까지 회의록의 공개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성달 경실련 팀장은 "가락시영 종상향처럼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은 어떤 논의과정을 거쳤는지 빨리 공개해야 한다"면서 "6개월이 지나면 이미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논의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밝혀져도 재검토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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