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왕따'로 얼룩진 학교의 충격적 현실이 전방위로 드러나고 있다.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학교와 경찰이 적극 나서면서 전 같으면 쉬쉬하고 넘어갔을 문제들이 적나라하게 부각되고 있는 셈이다. 현실은 잘못된 교우관계로 빚어진 일상적 폭력과 '왕따'를 넘어선다. 학교폭력의 독버섯인 '일진회'가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고, 폭력도 집단폭행에 금품 갈취, 성폭행에 이르기까지 비열하기 짝이 없다.
사건이 우후죽순처럼 불거지면서 대책도 다각도로 강구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시ㆍ도교육청, 경찰이 내놓은 대책은 크게 봐서 교내 예방교육과 점검 강화, 가해학생들에 대한 징계, 학교폭력에 대한 적극적 사법 대처 등이다. 교내 전문 상담사 배치, 왕따ㆍ폭력 긴급전화 설치, 학교지원 경찰관 운영 등도 유사한 취지의 방안인 셈이다. 하지만 답답한 건 부모 다음으로 학생지도의 최대 책임자인 학교와 교사의 책임과 권한을 다잡는 대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학생지도의 일차 책임이 학교와 교사에 있음을 지적해왔다. 대구 중학생과 대전 여고생이 목숨을 버리는 과정에서도 교사는 '기댈 언덕'이 되지 못했고, 일각에선 교장이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던 행태도 드러났다. 하지만 이 같은 냉담과 '모르쇠'에 대한 논의는 겉돌고 있을 뿐이다. 교총은 교사의 권위를 세워 교내에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푸는 게 상책이라는 식이고, 전교조는 애써 학생인권조례를 통과시켜 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게 근본 대책이라는 식의 피상적인 주장만 하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학생지도를 위해선 무엇보다 교사의 일상적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 경찰력 동원이나 학부모 소환, 교내 보고과정에서 교사에 대한 지원이 협조 차원이 아닌 의무가 되도록 시스템이 강구돼야 한다. 상황을 방치한 학교나 교사에 대한 징계도 더 엄정해져야 할 것이다. 유명을 달리한 제자의 영정 앞에서 흘리는 뒤늦은 눈물로 책임을 대신할 순 없다. 자살 사건의 경우 보직해임 같은 근신 성격의 징계보다 무거운 조치가 강구돼야 한다. 지금 학교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그만큼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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