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시장에 역대 세 번째 '깜짝 카드'를 던졌다. 바로 하이브리드 배터리 평생보장.
1999년 '10년 10만 마일 무상보증', 2009년 '실직자 보상' 등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파격적 프로그램으로 미국시장 점유율을 높여온 현대차가 내놓은 세 번째 승부수에 업계는 또 한번 놀라는 분위기다.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 판매 법인 사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개막된 '2012 북미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모터쇼)' 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쓰인 리튬 폴리머 배터리에 대한 평생 보장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2012년 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부터 적용되는 프로그램은 ▦배터리가 문제가 생기면 즉시 새 것으로 교체해 주고 ▦기존 배터리 충전 등에 들어간 비용도 보상해 주는 것이 골자다.
현대차가 이 같은 파격제안을 내놓은 건 최근 미국시장에서 하이브리드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 지난해 제네럴모터스(GM)의 플러그린 하이브리드카 쉐보레 '볼트'에서 화재 사고가 난 이후 볼트는 매출이 급감, 당초 목표(1만대 판매)를 미달했다. 볼트와 같은 LG화학의 배터리를 쓰고 있는 현대차로서도 볼트 파장의 확산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안상준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평생 보증은 품질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현대차가 현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경쟁 회사들이 잇따라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으며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데 대한 견제구를 날린 뜻도 담겨 있다.
마이클 오브라이언 현대차 미국법인 판매 담당 부사장은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30만 마일(약 48만2,000㎞)의 시험 주행을 거쳤고, 성능에 전혀 이상이 없었다"며 "이런 뛰어난 품질에 든든한 보장 프로그램까지 얹어 고객들의 신뢰를 단단히 하겠다"고 말했다.
배터리 평생보증 계획이 나오자 현지 언론에선 "현대차가 또 한번 자동차 업계를 뒤흔들었다" "기막힌 커브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파격 마케팅의 시작은 1999년 10년-10마일 무상보증 프로그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승승장구하던 현대차 엑셀은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에 휩싸이며 순식간에 판매량이 곤두박질쳤다. 이에 정몽구 회장은 "품질이 떨어진 차로 낙인 찍히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며 '10년 10만 마일 무상 보증'이라는 '깜짝 승부수'를 던졌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미국차의 보증 프로그램은 '5년-5만 마일 정도였고 잘 나가던 일본차(도요타 혼다)들은 아예 2년-2만 4,000마일까지만 보증하고 있었다. 업계에선 "미친 짓"이라고 비웃었지만, 현대차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판매량을 82%나 끌어올렸고 2001년에는 사상 처음 30만대 돌파를 돌파했다.
2009년 현대차는 실직자 보상(어슈어런스) 프로그램으로 또 한 번 사고를 친다. 2008년 리먼 사태로 미국 시장이 얼어버리자 현대차는 차를 구입한 고객이 1년 안에 직장을 잃거나 운영하는 사업체가 망할 경우 차량을 되사주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이 덕에 현대차는 미국 시장의 극심한 침체에도 불구하고 2009년 8.3% 판매신장률을 기록했고, 업계에선 '현대차의 역발상에 또 한번 당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 배터리 평생보장에 대해서도 시장반응은 호의적이다. 박상원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두 번의 보증프로그램처럼 이번에도 소비자 신뢰를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