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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칼럼] 이명박 대통령이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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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칼럼] 이명박 대통령이 사는 길

입력
2012.01.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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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1년 남짓이다. 후임자가 선출될 날짜를 기준으로 치면 열 달 정도다. 거의 막장이다. 누구나 느끼고 있다. 이제 이대통령은 영락없는 절름발이 오리 신세라는 것을.

임기제란 참으로 야박한 것이다. 마치 하늘이라도 무너뜨릴 것 같던 무소불위의 권력도 달력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 잔여 임기 중에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들이 이어질 것이다. 측근과 친인척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줄줄이 잡혀갈 것이다. 정권말기의 검찰은 이미 대통령의 하수인이 아니다. 우리나라 검찰은 그 정도의 독자적인 판단력은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기꺼이 시녀가 되나, 물러나는 권력에는 가차없이 적이 된다. 대통령을 만들어준 정당도 이미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욱 도가 심해질 것이다. 당과 함께 공들여 추진해 왔던 여러 정책도 실패하면 모두 청와대의 탓으로 돌릴 것이다. 조만간 대통령더러 아예 당을 떠나달라는 요구도 해올 것이다.

설사 한나라당이 총선과 대선을 모두 이겨도 이 대통령의 위상은 급격하게 추락할 것이다. 세상의 원리와 정치의 속성이 그런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그를 부정하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을 터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남은 1년도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새 일은 시작하기는 힘들어도 하던 일을 매듭지을 수는 있다. 섣불리 새 일을 도모하다가는 재앙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니 마지막까지 통상의 국정을 성실하게 챙겨야 할 것이다. '영혼이 없는' 수하의 공무원들을 감독하고 독려해야 한다. 해이해지기 십상인 복무기강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비우고 '전직'이 될 준비를 하는 것이다. 퇴임 후에 살 집이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에게 남아 있는 일은 한마디로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며 냉정하게 반성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엄하고 야박한 나라가 또 있을까. 모든 지도자에게 공도 과도 있기 마련이다. 큰 공은 기리고 작은 과오는 덮어주는 것이 국민의 예의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역대 대통령이 나름대로 공을 남겼다. 전두환은 광주의 원죄를 진 과도기의 혼란 중에도 경제의 안정을 이루었고, 노태우는 첩첩으로 막혀있던 북방외교의 물꼬를 텄다. 김영삼은 군사잔재를 청산하고 금융실명제를 정착시켰고, 김대중은 인권과 평화를 국민의 일상적 가치로 다졌다. 노무현은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구도의 타파를 위해 진력했다. 굳이 자신의 입으로 내세우지 않아도 공적은 후세인이 평가해 준다.

장래에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기억될까? 아직은 예측할 수 없다. 온갖 무리를 무릅쓰고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부은 4대강사업이 이대통령의 기념비적 치적으로 칭송받을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온갖 약점과 과오만 부각되어 있다. 소신을 넘어선 아집과 독선, 소통의 부재, 환경파괴와 인권탄압 등등. '뼛속까지 친미 쇠고기로 우려낸 카까새끼 짬뽕.'

철없는 젊은이들의 저질패러디의 대상까지 되었다. 실로 안쓰럽기 짝이 없다. 어쨌든 이제는 국민 앞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4년의 행장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까지 잃었던 범죄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는 국제사회의 조롱을 감수한 국민이었다. 그런 국민이 대통령이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슬픈 일이다. 자리를 물러나서도 편치 못할 것 같다. BBK, 재직중에 묻어두었던 해묵은 의혹도 다시 괴롭힐지 모른다. 그러나 전직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비극을 국민은 더 이상 원치 않는다. 법절차가 아니라 진심어린 고백과 회개를 바랄뿐이다.

이명박 대통령,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분이다. 국민의 용서만 얻으면 여생이 안온할 것이다. 행여 국민보다 먼저 자신을 용서하지 마시기 바란다. 어떤 영화의 장면처럼 하느님의 용서도 팔지 마시기 바란다. 대통령의 남다른 건강과 근면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간곡하게 부탁한다, 참회하시라. 그리고 구하시라, 국민의 용서를.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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