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만 하기도 힘들 텐데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서너개씩 하는 걸 보면 안타까워요. 학생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나눠 지고 싶었습니다.”
중앙대 약대 교수 21명이 정년 퇴직 때까지 매월 1만원씩을 재학생 장학금으로 기부하는 ‘후배사랑 물방울 장학금 기부운동’을 10일부터 시작했다. 이 운동은 황완균 약대 학부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약대 6년제 시행으로 등록금 부담이 더 커진 학생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자고 교수들끼리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황 교수 자신은 정년 퇴직하는 13년 후까지 160만원을 기부하게 된다.
“총 700여 명의 학생 중 매 학기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는 학생만도 20% 정도 됩니다. 한 학기 5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12학기 동안 꼬박꼬박 내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학생이 얼마나 되겠어요.”
학생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학생들의 어려움을 알게 된 교수들도 황 교수의 기부 제안에 흔쾌히 동참했다. 황 교수는 “한 차례 목돈을 모으는 방식이 아닌 매달 정기적으로 기부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사회적 이슈인 대학 등록금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기부운동에 ‘물방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물방울 하나 하나가 모여 강을 이루듯 작은 노력들을 모아 학생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뜻이라고 했다.
앞으로는 7,000여 명의 동문을 대상으로 기부운동을 확산해 나갈 계획을갖고 있다. 졸업생 중 반만 참여해도 1년에 4억원 정도의 장학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황 교수는 1960년부터 2012년까지 약대 동문회 장학금을 받고 졸업한 약 1,000여 명의 동문을 대상으로‘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운동’도 벌일 생각이다. 중앙대 약대 78학번으로 30년 전 졸업한 황 교수 자신도 대상이다.
“당시에는 한 학기 등록금이 40만원이었는데 요즘 등록금 고지서를 보면 격세지감입니다. 학생들에게 선배들의 사랑을 보여주고 싶어요.” 올해 기부금을 바탕으로 ‘약대 장학금 조성위원회’를 구성해 장학금을 운용하겠다는 구상도 있다.
이번 기부운동은 중앙대 약대 교수진과 동창회가 주축이 된 ‘발전기금 조성위원회’가 2002년부터 작년까지 약학관 건립 기금 60억 원을 모금한 것의 후속 사업이기도 하다. 황 교수는 “교수와 동문들의 힘을 모으면 재학생 등록금 문제도 다소나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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