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경기 동두천시 수해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조민수 수경의 사망 경위가 경찰에 의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상부의 명령에 따라 끝까지 현장을 지키다 물살에 휘말려 숨진 것인데도 물에 빠진 시민을 구하려고 급류에 뛰어들었다고 조작했다는 진술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을 지휘했던 경찰이 자신들의 무리한 명령을 은폐하기 위해 상황을 왜곡하다 보니 '살신성인의 미담'으로 만들었다는 것인데, 결코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새롭게 제기되는 당시의 정황들이 의혹을 갖기에 충분해 보인다. 당시 조 수경과 함께 현장에서 근무하다 빠져 나온 동료들의 진술에 따르면 지휘선상에 있었던 경찰 간부들이 현장 상황을 무시한 채 무리한 명령을 내렸고, 그로 인한 부하의 사망을 숨기기 위해 때마침 물에 빠져 구조를 기다리던 시민을 이용한 셈이다. 조 수경이 목숨을 걸고 구하려 했다는 그 당사자의 반응을 보더라도 경찰의 당시 발표가 억지로 만들어진 상황이었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사망한 사람의 이야기를 거론해 그를 두 번 죽인다는 생각이나 이왕 형성된 미담을 굳이 평가절하하자는 것이냐 등은 본질과 동떨어져 있다. 숨진 조 수경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경찰 전체의 명예와 신뢰에 직결된 심각한 사안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들의 그릇된 상황 판단과 현장지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성실한 부하의 죽음을 이용했다면 그러한 행위는 용서 받을 수 없다. 사실을 조작해 국가와 국민들에게 애도를 표하게 한 행위 또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조작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자를 엄정히 처벌하고 국민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한다. 그것은 전적으로 경찰 자신들의 몫이다. 상황이 어떻게 진행됐건 숨진 조 수경은 상부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랐고 최후까지 수해현장을 지켰다는 사실만으로도 '직무 수행 중 사망한 순직 군경'임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 그의 순직을 새삼 안타까워하며 각종 의혹이 신속히 해소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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