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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남극 신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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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남극 신사'의 눈물

입력
2012.01.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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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렇게 닮았을까. 영락없는 우리의 모습이다. 가만히 서서 봄을 기다릴 때는 죄수들 같고, 눈밭을 느릿느릿 걸을 때면 쓸쓸한 늙은 부모님이다. 새끼들이 옹기종기 모여 어미들을 따라갈 때는 호기심 가득한 유치원생들이다. 펭귄은 생물학적으로 인간과는 거리가 멀다. 한때 하늘을 날아다녔던 흔적이 남아 있지만, 펭귄은 새다. 말이 좋아 '진화'이지, 천적을 피해 도망치다 치다 땅끝(남극)까지 왔고,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 펭귄은'남극 신사'다. 검은 망토를 입은 듯한 모습, 점잖은 행동과 걸음걸이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러나 MBC TV가 6일 방영한 의 1편 '얼음대륙의 황제'에서 아빠 황제펭귄의 감동적인 자식사랑을 보면 결코 '무늬만 신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영하 50도의 혹한에 두 발 위에 알을 올려 놓고 움직이지 않고 두 달 동안 체온으로 부화시킨 후, 다시 두 달 동안 새끼를 품은 채 눈만 먹으면서 견디는 부성애(父性愛)가 눈물겹다.

■ 하필이면 혹한에 알을 낳아 저 고생일까. 수많은 세월을 지나오면서 깨달은 펭귄의 종족 보존본능이다. 그때야말로 천적이 없어 그나마 자식의 생명을 지키기에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내 몸은 얼어붙더라도 어린 지식만은 무사히 태어나 따뜻한 봄부터 살아가게 하려는 것이다. 땅에 떨어뜨려 얼어버린 알을 어떻게든 살려보려는 아빠의 안타까운 노력, 표범해표에 물려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바다에서 먹이를 구해 돌아오는 엄마의 희생도 우리의 가슴을 울렸다.

■ 그렇다고 내 목숨, 내 새끼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강요하지 않아도 모여 서로 몸을 밀착시키고, 자리 바꾸기를 반복하는'허들링(huddling)'으로 추위와 고통을 나눈다. 이기주의에 의한 공멸이 아닌 배려와 나눔을 통한 공생의 지혜까지 가진 신사들이다. 이렇게 조금은 투박할지 몰라도 긴 시간 추위와 싸우며 우리 손, 우리의 이야기 방식으로 담은 자연으로 휴머니즘을 전하려는 MBC의 도전. 채널 난립 속에서 시청자들이 바라는 공영방송의 존재가치일 것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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