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하는 선배로부터 야구 방망이를 하나 선물 받았다. 자정 넘어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술집으로 거의 0.1톤에 육박하는 그가 느릿느릿 걸어 들어오는데 어깨에 걸친 까만색 야구 방망이가 힘깨나 쓰는 그분들을 심히 연상케 했다. 택시 타니까 기사가 흠칫 놀라더라. 집에 도둑이라도 들면 냅다 휘둘러버리라고.
고맙다는 말에 앞서 방망이부터 받아 드는데 묘한 생경함 같은 게 일었다. 운동장에서 장난 삼아 주거니 받거니 캐치볼을 했을 때하고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프로의 세계에 첫발을 디딘 초년병처럼 쭈뼛거리는 부끄러움으로 방망이를 쥐는 법이며 휘두르는 요령을 배우는데 나도 모르게 내 무릎 한 쪽이 푹, 하고 꺾였다.
손에 가질 때보다 손에 가지고 싶어 오래 지켜볼 때의 간절함, 그 아름다움이 분명 있다는 걸 순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때늦은 후회가 선배에 대한 미안함으로 몸을 바꾸자 나는 야구연습장이 보일 때마다 찾아 들어가 하이힐 신은 발로 휘청거리며 연신 헛방을 쳐댔다.
쳐야 하는데, 쳐봐야 하는데, 라는 마음으로 침대 위에 남편 대신 고이 눕혀놨다가 치지도 않고, 쳐보지도 않고, 그대로 꼭 껴안은 채 잠이 들기도 했다. 그러니까 사랑이라니… 나는 방망이를 들고 왔다 갔다 집안을 살피다가 거실 창가에 놓인 커다란 항아리에 옳거니, 방망이를 세워두었다. 볕 잘 드는 데서, 잘 보이는 데서 내내 따뜻하라고!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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