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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선거의 해,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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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선거의 해, 한국의 선택

입력
2012.01.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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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과거에 쓴 글을 다시 읽을 때가 있다. 아쉽게도 지금 읽는 과거의 글 가운데 상당수는 창피하거나 낯 간지럽다. 4년 전 11월 버락 오바마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부러워하며 쓴 글도 다시 읽으니 아쉽고 부끄럽다.

그때 오바마의 당선이 부러웠던 것은 그를 단순한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세계 질서를 바꿀 변화의 지도자로 보았기 때문이다. 당시 세계는 전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도한 극단적 대결에 질릴 대로 질린 상태였다. 따라서 오바마는 강경세력이 주도하는 갈등과 대립을 끝낼 정치인으로 여겨졌다. 그런 배경에서 쓴 그 글이 4년이 지난 지금 창피한 것은 오바마가 기대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이 6일 보도한 기사는 오바마 정부가 핵 폭발 없는 핵 실험을 정부 출범 이후 세번이나 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취임에 즈음해 핵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천명했었다. 7일에는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 관타나모 소용소를 폐쇄하라는 시위가 열렸다. 오바마는 인권 유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를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그가 공약을 지켰더라면 시위는 없었을 것이다. 북한과 직접 협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그는 취임 후 소극적 자세로 돌아서 한반도 정세와 북핵 문제를 꼬이게 했다.

오바마가 약속을 못지켰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실망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엉망이 됐는데도 그는 딱히 손을 쓰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무능을 노출했다. 국가부채한도 협상 등의 과정에서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오바마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것을 두고 만약 오바마가 아니라 부시의 후계자를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한다. 미국 경제가 허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 역시 부시처럼 세계를 대결 구도로 내몰았을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오바마가 실망스럽지만 부시의 후계자는 더 실망스러울 수 있다.

선거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사실 이 정도일지 모른다. 누구나 인정하는 현인 혹은 능력자를 뽑기란 애당초 불가능한 일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처럼 많은 나라에서 선거가 실시되면 상호 영향이 증폭되면서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올해는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나라에서 대선과 총선이 치러진다. 정권을 바꿀 수 있는 선거가 이렇게 많이 실시되는 해도 드물다. 미국의 경우 민주당은 조용하지만 공화당은 코커스다, 프라이머리다 해서 떠들썩하다. 11월 대선이 실시될 때까지 미국 사회는 내내 선거로 들썩거릴 것이다. 당장 14일에는 대만에서 총통선거가 예정돼 있다. 현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각축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선거 가운데 한국의 대선 역시 국제적 관심을 끌만하다. 미국,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의 선거가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할 수 있고 중국 역시 시진핑 국가부주석의 주석 승계가 예정돼 있지만 한국은 결과를 점치기가 매우 어렵다.

지금 한국 정치는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정치 세력들은 과거에도 계기가 있을 때마다 판을 흔들 정도의 큰 변화를 모색했지만 이번에는 정계 개편의 폭이나 정도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한국의 유권자 역시 그런 변화를 따라가지 않으면 좋은 지도자 혹은 상대적으로 덜 나쁜 지도자를 뽑기 힘들다. 후보의 출신을 먼저 따지는 중세적 사고를 버리고 막연한 기대감, 근거 없는 동정심 같은 것도 버려야 한다. 자신의 이익과 부합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나아가 사회 다수의 이익에 부합하는 후보가 누군지 고민하고 공부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선거의 해에 한국이 가장 뛰어난 지도자를 뽑을 수도 있다. 설사 오바마처럼 나중에 실망시키더라도 당장에는 가장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인물을 골라야 한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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