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가 만원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대박'이 난 올스타전을 뒤고 하고 11일부터 후반기 일정에 돌입한다. 겉으론 예년과 다름없이 웃음소리 가득하다. 예의 선두다툼과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4강팀을 둘러싼 갑론을박도 봇물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앞으로 남고 뒤로 새는' 어처구니 없는 살림살이로 한 숨소리가 드높다.
서울드림식스 매각 불발과 이에 따른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가 100여 일째 공석 중이기 때문이다. KOVO총재는 축구 야구 농구와 함께 4대 프로스포츠 수장자리다. 그만큼 영향력도 크고 활동반경도 넓다.
하지만 올 시즌 프로배구가 뚜껑도 열리기 전에 이동호 총재가 남자구단 드림식스 매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이후 이렇다 할 후보군 조차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배구관계자들은 "배구의 전 경기가 TV로 생중계되는 등 인기가 날로 커져 가는 가운데 총재의 공백과 드림식스 매각 불발은 가파른 흥행곡선에 찬물을 끼얹는 초대형 악재"라며 "드림식스 매각을 성사시키는 이가 다음 총재에 올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드림식스는 사실 지난해 우리캐피탈에서 전북은행 소속으로 말을 갈아 타기 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전북은행측이 드림식스의 모기업인 우리캐피탈만 인수하고 배구단은 포기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후폭풍으로 총재의 사임이 불거졌고, 주인 잃은 드림식스는 KOVO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시즌에 합류했다. 김홍래 KOVO 홍보팀장은 "올시즌 전반기까지 드림식스 운영비로 20억원 안팎이 지출됐다"고 밝혔다. 한 배구인은 "드림식스 운영비 투입은 그 동안 KOVO가 벌어들인 수익금을 까먹는 자해행위"라고 단정했다.
현재 드림식스에 대한 매각작업은 KOVO측과 대한배구협회 '투 트랙'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OVO측은 "드림식스에 대한 일부 기업들의 인수의사 타진이 있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최종 합의엔 이르지 못했다"며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배구협회측도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태희 회장이 직접 발벗고 나섰다. 협회 이춘표 전무는 "배구인들 사이에 드림식스 매각불발 책임에 대한 비판적인 기류가 일고 있다"며 "힘있는 수장이 중심을 잡아야 매각 건이 자연스레 풀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지난해 여자배구단 IBK기업은행팀 창단을 성사시킨 임회장이 가장 적임이다"며 "조만간 (매각관련) 희소식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