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브 루스는 야구의 대명사다. 농구하면 마이클 조던을 떠올린다. 웨인 그레츠키는 불세출의 아이스하키 영웅이다. 각각의 종목에서 이들의 이름을 대신할 만한 대형 스타는 배출되지 않고 있다. 축구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이름은 펠레(브라질),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정도다. 그러나 이들의 자리를 리오넬 메시(25ㆍ바르셀로나)가 대신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메시는 펠레, 마라도나 등'신화의 기억'을 지워버릴 만한 경이적인 재능을 과시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강화된 파괴력으로 전인미답의 경지를 하나씩 개척해나가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제 겨우 20대 중반이라는 점이다. 당대에 꼽히던 라이벌들은 이미 비교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상대는 이제 '전설'뿐이다.
리오넬 메시가 10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다시 한번 '세계 최고'로 공인 받았다. 메시는 FIFA 회원국 축구대표팀 주장과 감독, 축구 전문 기자들의 투표에서 총 44.78%의 지지를 받아 21.6%의 지지에 그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ㆍ레알 마드리드), 9.23%의 표를 받은 팀 동료 사비 에르난데스(32ㆍ바르셀로나)를 제치고 2011년 한해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로 뽑혔다. 그는 지난 해 바르셀로나에서 70경기에 출전, 59골 37도움을 기록하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유럽축구연맹(FIFA) 챔피언스리그, FIFA 클럽 월드컵 등 5개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메시는 FIFA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와 프랑스 축구전문지 '프랑스 풋볼'이 유럽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에 시상하던 '발롱도르'가 통합된 후 2년 연속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난해 투표에서 22.65%에 머물렀던 지지율은 과반수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FIFA가 1991년 '올해의 선수'를 시상한 이후 3년 연속 최고로 인정 받은 선수는 메시가 처음이다. 1956년 제정된 발롱도르의 3년 연속 수상은 미셸 플라티니(1983~85년)에 이어 메시가 두 번째다. 1970년대 유럽 최고 선수로 군림했던 네덜란드의 전설 요한 크루이프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7회 이상 발롱도르를 수상할 수 있다. 보통 선수들과 다른 범주에 머무르고 있다"며 메시의 재능을 극찬했다. 지난해 메시와 함께 5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올해의 감독'에 뽑힌 주젭 과르디올라 바르셀로나 감독은 "메시는 이제 펠레, 마라도나와 같은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메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이런 극찬을 받는 가운데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인간적인 매력이다.
메시는 시상식장에서 자신과 함께 2년 연속 FIFA 발롱도르 최종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 실패한 팀 동료 사비에 영광을 돌렸다. 메시는 "바르셀로나 팀 구성원 모두와 기쁨을 나누고 싶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특히 수상의 영광을 사비와 함께하고 싶다. 그는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와 같은 팀에서 뛰는 것과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 너무나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지난해 여자 월드컵에서 일본을 세계 정상으로 이끈 사와 호마레(34)가 FIFA 발롱도르'올해의 여자 선수'로 뽑혔고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71)은 공로상을 받았다. 최고의 골에 수여되는 '푸스카스상'은 브라질의 신성 네아마르(20ㆍ산투스)에게 돌아갔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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