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규모 상위 10%인 부자들에게 3% 세율의 부유세를 거둘 경우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약 64조원(550억 달러) 규모의 세수(稅收) 확대가 가능하다는 국제기구의 분석이 나왔다. 이는 올해 우리 정부 예산(325조 4,000억원)의 5분의 1 규모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0일 낸 '월드 오브 워크 리포트 2011(World of Work Report 2011)'에서 "부유세(wealth tax)를 신설하거나 이미 있는 부유세의 세율을 조금만 올려도 정부 재정의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자산 상위 10%인 가구가 전 세계 부의 70% 이상을 소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에게 3% 세율의 부유세를 매긴다면 2010년 기준 세계적으로 4조 달러, G20 국가에만 3조5,000억 달러 규모의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1조1,630억달러, 일본이 4,470억달러, 중국이 3,510억 달러, 프랑스가 2,580억 달러, 한국도 550억 달러의 세금을 추가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현재 프랑스, 노르웨이, 스위스, 인도 등에 여러 형태의 부유세가 부과되고 있는 반면 스웨덴,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부유세가 폐지됐다. 보고서는 "부유세 도입은 고용친화적인 정책기조도 유지하면서 노동자들의 세금부담도 낮춰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정치권에서 고액자산가에 부유세를 도입하자는 논쟁이 불거진 바 있다. 부자증세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높아지자 지난 연말 국회는 연 소득 3억원 이상 소득자의 소득세율을 35%에서 38%로 인상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소득이 아닌 자산에 부과하는 부유세는 조세저항이 크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세제 당국 관계자는 "(부유세 부과는) 탈세 방지 등 다른 세수확보 수단을 정비한 뒤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동산ㆍ금융 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자산에 부과하는 순수한 의미의 부유세를 도입할 경우 위헌 논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부유세 신설보다는 상속세나 양도소득세 등을 현실화하는 편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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