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위한 국내 절차가 개시된다는 소식에 국내 농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미 FTA로 큰 타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 중국산 농산물까지 대거 밀려들어올 경우 더 이상 한국농업의 설 자리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출시장 확대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등을 위해 한중 FTA 타결이 불가피하다면, 피해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최대한 얻어내고 개방 수위를 조절하는 등의 치밀한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0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때 농ㆍ수산업 생산액은 14.26%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고추(270%), 마늘(360%), 양파(135%), 생강(377.3%), 참깨(630%), 땅콩(230.5%), 인삼(754.4%) 등의 작물에 매기는 고율의 관세가 FTA로 사라지면 국내 농ㆍ수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농산물 등 민감 품목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정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부처 간 입장 차도 크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중국의 값싼 농ㆍ수산물이 국내로 물밀 듯 들어올 것을 우려해 고추 마늘 양파 등의 품목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협상을 총괄하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공산품 분야의 이익 확보를 위해 일정 부분 양보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민감 품목에 대해 양허(讓許) 제외 등 다양한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과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아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단 양국은 본 협상이 개시되면 1단계로 농ㆍ수산물 등 민감 품목에 대한 협상을 완료한 뒤 2단계로 공산품 등의 협상으로 넘어가는 방식을 채택키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농산물은 많이 지킬수록 좋지만 농업만 따로 놓고 생각할 수 없어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한중 FTA의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치밀한 협상전략을 주문한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추 마늘 참깨 등의 농작물은 잔류 농약 등 수입 위생기준과 검역절차 등을 강화하고 관세 철폐기한을 최대한 늦춰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이창우 FTA연구원장은 “무조건 찬성이나 반대에서 벗어나 농산물 피해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확실히 얻어내는 묘안을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중 FTA를 보다 큰 차원에서 접근하자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선 낮은 수준으로 FTA를 맺은 뒤 피해 규모나 우리 농업의 흡수 능력을 감안해 보완해 가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했고,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우리 농업의 미래를 감안해 큰 틀의 농산물 협상 전략을 마련한 뒤 개별 FTA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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