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돈 봉투' 파문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오히려 당 쇄신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정면 돌파 전략을 택한 것이다. 이를 두고 "박 위원장이 돈 봉투 파문 이후 쇄신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 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당헌ㆍ당규를 칼같이 지켰으면 한나라당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구태 정치와 과거의 잘못된 정치 관행과 단절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참회하는 마음으로 당헌ㆍ당규를 엄격히 만들고 (제가) 그대로 실행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각계각층의 새롭고 깨끗한 인재를 영입해서 소통의 장을 열고 국민들의 피부에 닿는 정책 쇄신을 위해 국민의 삶을 잘 챙기는 일에만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당 대표 시절 만든 당헌ㆍ당규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파문이 터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 쇄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당 안팎에선 박 위원장이 구태 정치 청산을 위해 18대 국회의 전직 당 대표들에게 쇄신의 칼날을 들이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박 위원장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비대위 회의에서 '구태'라는 말을 6~7차례 썼다는 후문이다. 또 구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힐 때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돈 봉투 사건을 비롯해 각종 비리 사건 연루자에 대해 '당헌ㆍ당규에 따른 처벌'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특검 수사나 국정조사를 선제적으로 제안함으로써 진실 규명 의지를 보여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2008년 전당대회 외에도 18대 국회 들어 실시된 모든 전당대회에 대해 검찰 수사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번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 대부분이 친이계이므로 당 쇄신 과정에서 친이계가 집단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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