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고승덕 의원이 검찰에서 돈 봉투를 건넨 쪽이 박희태 국회의장 측이라고 밝힘에 따라 '더 이상 한나라당 간판을 내걸고는 4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비관적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소속 계파와 지역을 떠나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수도권 한 초선 의원은 9일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총선 치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텃밭이라고 불리는 곳에서도 부패 정당이라는 낙인을 갖고 어떻게 주민들에게 다가가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당의 진로와 수습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당내 일부에서는 '2008년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후보를 지원했던 친이계 의원들이 검찰 수사의 주요 타깃이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면서 계파 갈등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전 제기됐던 '당 해체 및 재창당'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한 비박(非朴)계 의원은 이날"재창당이라는 얘기가 다시 나오는데 이는 비대위 출범 전에 나왔던 재창당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일단 사건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운영 방식과 리더십 측면에서 기존의 한나라당과 전혀 다른 새로운 신당이 들어설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중진 의원은 "한나라당이란 이름으로는 도저히 안 된다. 메신저 거부 현상이 일어난다"며 "그나마 현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자면 (해체 후) 재창당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친박계인 구상찬 의원도 "서울과 수도권은 패닉 상태"라며 "이대로는 안 된다. 친이ㆍ친박을 떠나 재창당에 동감하는 의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당 비상대책위가 18대 국회 들어 추가적으로 제기된 다른 의혹들에 대해서도 성역 없이 검찰 조사를 의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현역 의원들의 대폭적 물갈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단 현재까지 문제가 제기된 2008년 전당대회와 2010년 전당대회, 18대 총선 당시 비례대표 공천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 결국 현역의원 대부분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지금 당 분위기상 수사가 확대돼 검찰 조사 리스트에 올라간 의원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