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후보 측의 돈 봉투 살포가 있었다'고 폭로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은 9일 "내가 보고 받은 바로는 (한 남성이) 노란색 봉투 하나만 들고 온 것이 아니라 쇼핑백 속에 같은 노란색 봉투가 잔뜩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한 뒤 "(한 남성이) 여러 의원실을 돌아다니면서 돈 배달을 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고 의원은 이어 "의원실 여직원에게 노란색 봉투가 전당대회 하루이틀 전에 배달됐고 그 봉투 속에는 현금 300만원과 당시 전당대회에 출마한 박희태 국회의장의 이름이 적힌 작은 명함이 있었다"고 밝혔다.
고 의원의 발언은 당시 전당대회 직전 돈 봉투가 전달된 의원실이 최소한 수십 군데에 이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 수사를 통해 돈 봉투를 받은 의원들의 리스트가 나올 경우 해당 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줄 소환이 불가피하고 4월 총선에서 무더기 공천 배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한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2010년 전당대회 등에서의 돈 봉투 의혹에 대해서도 광범위한 수사를 촉구함에 따라 고 의원이 폭로한 2008년 전당대회로 범위가 한정됐던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의 요구와 관계없이 단서가 있으면 수사는 저절로 굴러간다"며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미 공안1부를 주축으로 공안2부와 특수부, 금융조세조사부에서 인력을 차출해 검사 7명 규모의 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팀은 이날 고 의원의 전 보좌관 김모씨와 전 여직원 이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상대로 박희태 의장 측으로부터 돈 봉투를 전달 받고 되돌려준 당시의 자세한 경위를 파악했다.
전 보좌관 김씨는 여의도 당사 대표실을 찾아가 박 의장 비서 K씨를 만나 돈을 돌려주면서 '박희태 대표 비서 K○○'라고 적힌 명함을 받았다고 진술하고, 당시 시각인 '오전 10시2분'이라고 적은 수첩과 K씨 명함 등을 증거물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곧 K씨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해외 순방 중인 박 의장이 18일 귀국하면 21일 시작되는 설 연휴 직전에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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