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9일 교내집회 허용 등으로 논란이 된 서울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再議)를 서울시의회에 요구하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재의 요구된 안건은 가결요건이 엄격한데다 민주통합당 내에서도 반대여론이 없지않아 학생인권조례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
시교육청은 이날 "인권조례안이 상위법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고 교육감의 정책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어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초ㆍ중등교육법 및 시행령은 교육벌 등을 학교 자율에 맡기고 있는데, 인권조례가 학교 규칙을 일률적으로 규제해 두 법이 상충한다는 주장이다. 또 최근 집단 괴롭힘을 당해 자살한 대구 중학생 사건을 계기로 인권조례가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제약한다는 주장도 재의 요구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의원과 교육의원들은 당장 기자회견을 열고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친 인권조례에 대한 재의 요구는 교육자치와 민주시민에 대한 도발로, 이대영 부교육감에 대한 해임권고결의안을 제출해 의결시킬 것"이라며 교육청을 비판했다. 김형태 의원(교육의원)은 "교육청은 이미 조례의 상위법 위반 소지를 검토했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고 말했다. 또 "통과된 조례는 교칙을 자율적으로 정할 여지를 남겼는데 손 놓고 있던 교육청이 이제와 상위법 상충을 운운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윤기 의원(민주통합당)은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측근 이대영 대변인이 서울시 부교육감으로 올 때부터 예고된 교육자치 훼손"이라고 꼬집었다.
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을 제출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이하 서울본부)의 전누리 활동가는 "의원들과 접촉해 설득하고, 부결된다면 의원 낙선운동, 주민소환운동 등을 고려하고 있다. 이대영 부교육감에게도 책임을 분명히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본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인권조례가 학교폭력을 부추겼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폭력과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들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오히려 학생인권조례가 필수"라고 주장했다.
조례는 2월 13일 시의회 임시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본회의에서 과반수 출석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통과되지만, 쉽지는 않다. 현재 시의회는 전체 113명 의원 중 민주통합당 78명, 한나라당 27명, 교육의원 8명으로 민주통합당 의원만으로도 3분의 2(76명)를 넘기지만 당내 반대 의원이 있기 때문이다. 인권조례 반대 입장이었던 곽재웅 의원(민주통합당)은 "지난달 당론을 결정할 당시 78명 중 40명만 찬성해 아슬아슬하게 당론이 됐고, 본회의장 표결에는 반대 의원 20여명이 불참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재석 87명, 찬성 54표로 조례가 가결됐다. 결국 지난 표결에 불참한 의원들이 다시 자리를 뜨느냐 여부에 재의 통과 여부가 달렸다. 곽 의원은 "당 지도부 회의에서 의원들이 갈피를 잡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15일 전당대회 등 정치일정이 급한 민주통합당보다는 19일로 예정된 곽 교육감의 법원 1심 선고가 먼저 인권조례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곽 교육감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받아 교육감직에 복귀할 경우 재의 요구를 취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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