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비상대책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이 9일 일부 비대위원 사퇴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정몽준, 홍준표 전 대표가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발언을 쏟아내는 등 비박(非朴) 진영의 집단 행동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이다.
친이계 일부 의원들은 이날 회동을 갖고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12일 의총 소집을 공식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전여옥 안효대 의원, 김 지사 측근인 차명진 의원, 이재오 의원과 가까운 권택기 의원과 심재철 의원 등이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비대위원들이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시키면서 쇄신 동력을 상실했다"며 의총에서 수뢰 사건에 연루된 김종인 위원과 정체성 문제에 휩싸인 이상돈 위원의 사퇴는 물론 비대위 해산도 본격 제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회동에서 일부 의원들은 비대위 측의 '현 정부 실세 용퇴론' 등과 관련, "(비대위가) 쫓아내려고 하면 쫓겨 나자"고 강하게 비토한 것으로 알려져 상황 전개에 따라 신당 창당을 위한 집단 행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친이계를 겨냥한 것이란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비박 진영에서는 박 위원장 진영의 2007년 대선후보 경선 자금 관련 의혹을 폭로해 반격을 시도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중지를 모으는 체제라기보다 (박 위원장) 1인 체제가 돼버리니까 민주적 정당구조가 안된 것"이라며"일부 부적격 비대위원이 나서 보수우파 진영을 갈라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우리끼리 총질하고 헐뜯고 거기에 당 대표를 지낸 사람 다 나가라고 하는데, 박근혜 위원장이 지휘해 총선에서 지면 박 위원장도 정계은퇴를 할 것이냐"고 쏘아붙였다. 김종인ㆍ이상돈 위원의 사퇴를 주장해온 홍 전 대표는 "보따리 장수가 주인행세를 하는데 어이가 없다"고도 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라디오에 출연해 전직 당 대표와 'MB정부 실세 용퇴론'에 대해서 "당이 지리멸렬하게 된 책임은 친이ㆍ친박 계파 수장에 있다"면서 오히려 박 위원장 책임론을 거론했다.
정 전 대표는 '박근혜 비대위'와 관련해 "어려운 상황이라 전당대회를 하지 않았는데 정상적 절차는 아니다"며 "전당대회를 하면 당의 분열이 온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당이 지금 더는 분열될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날 열린 정 전 대표의 출판 기념회엔 비박 진영 의원 30여명이 참석했다. 박 위원장은 "진심으로 축하한다. 약속한 일들을 잘 이뤄내길 바라며 앞으로 큰 발전 있길 기대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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