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아이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지적해서 잘 받아들이도록 하는 '나-표현법'을 소개했다. "너는 맨날 그 모양이구나" 같이 상대의 잘못을 탓하는 '너-표현법'이 아니라 "나는 네가 지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놓고 오늘 지각한 것을 보면서 몹시 실망스럽고 서운하다"와 같이 나의 심정과 이유를 전달해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이다. 하지만 '나-표현법'이 힘을 잃고 잘 먹히지 않을 때가 있다.
#3월 어느 종례시간, 기택이는 딴 짓을 하며 옆 친구와 잡담을 하고 있다. 담임교사가 앞에 서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일어나서 떠들기까지 한다.
교사: ①기택아! 나는 네가 옆 친구랑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걸 보면서 몹시 아쉽고 답답하구나. 네 목소리로 인해 내가 말하는 내용을 전달하기 어렵고, 너 또한 전달사항을 들으려 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야. 일단 자리에 앉아 봐.
기택: (눈살을 찌푸리며 마지 못해 제자리에 앉으며) 왜 저만 가지고 그래요, 쟤들도 서 있었고 떠들었잖아요. 앉았으니 종례나 빨리 해요.
교사: ②아니, 이 녀석이. 어디서 선생님께 이래라 저래라야. 우리 반 종례가 왜 이렇게 늦어지는 줄 알아? 다 너 때문이라고. 지금 다른 애들한테도 앉으라고 얘기할 참이었어.
기택: (큰 소리로 고함지르며) 알겠다고요! 종례나 빨리 해요!!
교사: ③뭐라고? 선생님한테 말투가 그게 뭐야? 남아서 반성문을 써야 정신을 차리겠어?
기택: 아이씨! 맘대로 해요. (의자를 박차고 나가며) 난 갈 거예요.
통 선생 코멘트
교사①은 기택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 '나-표현법'형식으로 잘 지적했다. 그러나 기택이는 수긍 대신 억울함을 토로하며 반발했다. 이에 선생님도 감정이 상해서 마음의 여유를 잃었고 ②, ③에서 '너-표현법'을 쓰는 바람에 더욱 심각한 갈등으로 번지고 말았다. 여기서 교사①의 '나-표현법'은 왜 먹히지 않았을까? 리더십의 원리에 비춰보면, 기택이에 대한 교사의 영향력이 적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3월 초 교사가 학생에 대해 가진 영향력은 대부분 '교사'라는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생긴 지위파워에 기반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전반적으로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에서 '교사의 지위파워'가 떨어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특히 기택이는 과거 교사들과의 관계에서 교사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이 형성되었고, 교사의 지적에 공격적으로 대처하는 등 저항력이 강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지적을 해서 변화되는 정도는 교사의 영향력에서 학생의 저항력을 뺀 만큼이다. 결국 기택이에게 한 교사의 '나-표현법'은 마음을 움직일 만한 힘이 없다.
이렇게 해보세요!
아이들이 교사의 '나-표현법'을 잘 받아들이게 하려면 우선 교사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 주목할 것은 아이들과의 관계이다.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끼고, 신뢰하는 좋은 관계를 맺을 줄 아는 교사는 '관계파워'를 함께 갖고 있다. 즉 자신에게 소중한 관계에 있는 교사가 자신의 행동과 태도로 인해 불편한 심정을 겪게 두고 싶지 않기 때문에 기꺼이 자신의 행동과 태도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교사가 학생을 알아준 만큼 더 좋은 관계가 형성되며, 이렇게 가꿔진 관계의 질에 따라 '나-표현법'은 그 영향력이 달라진다. 기택이에 대해 3월초에 시도해본 '나-표현법'은 실패로 끝났지만, 기택이와 좋은 관계가 형성된 뒤에는 기택이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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