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식당의 쇠고기 값은 안 내리나요?"
축산 농민들은 산지 소 값이 폭락한다고 난린데, 소비자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일반 음식점의 쇠고기 값이 요지부동인 탓이다. 생산자와 최종 소비자 사이의 이런 큰 괴리감은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9일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최고등급(1++) 소 1마리를 팔면 농가는 경영비(가축구입비ㆍ사료비 등)를 제외한 313만원 가량의 소득을 올렸지만, 지난 달에는 절반 이하인 139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경영비(459만원→454만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소 값(772만원→594만원)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1+등급(227만원→63만원)과 1등급(162만원→13만원) 소 1마리를 팔 때의 농가소득도 크게 줄었다. 2010년 58만원의 이득을 봤던 2등급 소는 오히려 98만원 손해를 보는 판이다.
그러나 쇠고기 소매가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형마트나 정육점은 산지 시세에 따라 10~20%가량 떨어졌으나, 일반 음식점의 쇠고기 값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구제역 발생으로 전체 돼지 사육두수의 3분의 1이 매몰돼 돼지고기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에 대해 식당 운영업자들은 "인건비와 임대료가 많이 오른데다, 작황이 안 좋은 고추 등 채소류 값도 올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수현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도 "식당에서 쇠고기 등심 1인분 가격이 보통 3만5,000원 정도인데, 이 중 쇠고기 원가 비중은 30%안팎에 불과하다"며 "소 산지가격이 10~20% 떨어져도 음식점의 쇠고기 가격은 3~6% 밖에 영향을 받지 않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쇠고기 가격을 낮출 방법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복잡한 쇠고기 유통과정 중 한두 단계만 줄여도 소 값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쇠고기는 일반적으로 '축산농민→수집반출상(우시장ㆍ농협)→도축장→도매상(대형 유통업체ㆍ정육점)→소매상(소형 정육점)→소비자'의 유통 단계를 거친다. 이렇게 유통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소비자가 사 먹는 쇠고기 소매가격의 42.5%가 유통비용이다. 소비자가 쇠고기 등심 1인분을 3만5,000원이라는 비싼 값에 사 먹어도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2만125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1만4,875원을 중간 유통업자나 소매상이 챙긴다는 뜻이다.
조병임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서기관은 "일반 음식점은 산지 농민과 직거래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중간 유통업자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며 "당국이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유통구조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한우의 고급화 전략이 가격 인하를 가로막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쇠고기는 '고급 음식'이라는 인식이 퍼져 식당은 주로 1등급 이상을 취급한다. 그런데 최상위 1++등급을 받는 소는 13.3%, 1+는 29.6%로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소 1마리를 도축할 경우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부위인 등심은 7%, 안심은 1%밖에 나오지 않는다. 고급 부위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다 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고 가격도 내려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농협을 중심으로 도축ㆍ가공ㆍ유통 시설을 갖춘 대형 패커(Packer)를 육성, 유통 단계를 '생산자→대형 패커→소매 유통점→소비자'로 줄임으로써 쇠고기 가격을 8%가량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이 산지 농민과 직거래를 통해 값이 싼 직영식당을 늘림으로써 일반 음식점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거나 산지 소 값을 소비자가격과 연동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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