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코너 안 본다고요? 개념이 없네."(이상철)
"왜 인터뷰를 하고 그래요? 유명해지면 어쩌려고. 살다 살다 뭐 이런 고마운 사람이 다 있어. 매주매주 찾아 오세요."(강재준)
"적반하장 안 본다고요? 으흐흐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은 다 봐요. 왈왈왈."(이은형)
지난 연말 SBS 연예대상은 수상한 코미디언들의 물기 어린 소감으로 화제가 됐다. 이들은 '웃찾사' 폐지 이후 1년 2개월간 설 무대조차 없던 설움이 북받쳐 오르는 듯 소감을 말하며 하나같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 덕에 이들이 출연하는 '개그투나잇'이 실시간 검색어 수위에 오르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개그투나잇'은 뉴스쇼 형식의 시사개그 프로그램. 토요일 밤 12시라는 악조건에서도 '적반하장' '하오차오' '더 레드' 등 특색있는 코너로 신선한 웃음을 주며 순항 중이다. 생활 속 '적반하장'을 꼬집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강재준(30) 이은형(29) 이상철(28)을 만났다.
"촌스럽게 상 받고 왜 울지? 그랬었는데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감정이 쫙 올라오더라고요. 앞에서 소감이 길다고 자르라고 하는데 그래도 은형이한테 결혼하자는 말은 했어요. 하하." SBS 연예대상 코미디 신인상을 받은 강재준은 여전히 감격에 겨운 듯했다. 그는 입사 2년 선배인 이은형과 3년째 열애 중이고, 이상철과는 SBS 공채 개그맨 10기 동기다.
셋 다 선배들 받쳐주는 역할 하다가 코너 짜서 이제 좀 해봐야겠다 싶을 때 갑자기 웃찾사가 폐지됐다. 막막하던 시절 대학로 무대에서 갈고 닦은 게 '적반하장'. 이 코너는 잘못을 한 사람이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세태를 풍자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처럼 막무가내이던 사람이 또 다른 강적에게 무참히 당하는 게 포인트다.
지하철서 성희롱 하고 버스에서 할머니 자리를 새치기하는 파렴치한으로 등장하는 이상철은 더 강적인 강재준, 이은형한테 번번이 당한다. 남의 발을 밟아 놓고는 "왜 밟혔냐"고 큰소리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케첩을 남의 흰 와이셔츠에 쭉 짜놓고는 "으흐흐. 괜찮아요. 하나 더 있어요"라고 응수하는 식이다. 지하철서 졸다가 내릴 역을 놓치고서는 "왜 안 깨웠어. 딱 봐도 사당에서 내리게 생겼잖아" 하며 얼토당토 않게 성을 내기도 한다.
직접적인 시사 풍자는 아니지만, 실제 동영상이 떠돌기도 했던 '지하철 막말남' 등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 오버랩 된다. 이들은 "사회 풍자를 의도했다기보다는 그런 상황을 끄집어 냈을 뿐인데 우연찮게 그런 뉴스가 많이 나오며 자연스럽게 풍자 코너가 된 거 같다"고 했다. 원래는 "이번 주는 버스를 탈까 놀이동산 갈까"하는 식으로 장소를 먼저 정하고 상황을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끌어낸다.
강재준과 이은형은 "눈 크고 억울하게 생긴" 이상철의 얼굴이 당하는 캐릭터에 꼭 맞는다며 깔깔댄다. "이 코너 하면서 그런 소리 처음 들었어요. 괴롭혔으면 괴롭혔지 어디 가서 당할 얼굴은 아닌데 참…."(이상철) 극중 최강자는 목소리 크고 우기기 잘하는 강재준마저 두손두발 다 들게 하는 그녀. "실제 성격도 오지랖이 넓다"는 강재준이 당하는 이상철을 옆에서 도와준답시고 거들다가 되레 이은형한테 된통 당하는 형국인데, 이은형이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왈왈왈" 하며 아예 상대를 안 하니 속수무책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은형이 먼저 프러포즈를 했단다. 강재준은 증거라도 들이대듯 날씬한 과거 사진을 보여준다. "TV 안 나오는 동안 25kg이나 쪘다"고. 그는 불뚝 나온 배에 산발한 머리, 앙증맞게 머리띠를 한 개성 있는 캐릭터가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얼굴로 웃기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누가 봐도 신선한 개그를 하고 싶어요. 지금 목표는 (최효종처럼)길거리 다닐 때 모두가 알아보는 정도? 하하."
'개그콘서트'만 방영되던 TV코미디의 암흑기를 지나 이제 개그 프로그램이 여럿 생겼다. 상승세를 탄 '개그투나잇'의 각오는 어떨까. "방송하는 것도 좋아 죽겠는데 상도 받고 관심도 많이 받으니 으?X으?X 하는 분위기예요. 더 잘해야죠."(이은형)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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