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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CEO가 뛴다] 이순우 우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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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CEO가 뛴다] 이순우 우리은행장

입력
2012.01.0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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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중소기업을 살려 고용을 늘리는 게 은행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회공헌입니다."

9일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집무실에서 만난 이순우(62) 우리은행장은 새해 경영전략을 묻자, 대뜸 '착한 은행론'을 들고 나왔다. 올 한해 '금융의 기본 역할에 충실한 착한 은행'이 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을 일종의 특혜 산업으로 규정했다. 정부가 면허를 줘 '이자 따먹기' 장사를 보장해준 만큼, 은행의 규모나 이익은 큰 의미가 없으며, 어려운 기업과 서민가계를 살려 국가경제에 보탬이 되게 하는 게 진정한 금융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 행장은 "경기가 좋을 땐 은행이 필요 없다"며 "경기 전망이 어두운 올해야말로 은행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어려움이 뭔지 함께 고민하고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은행입니다. 그런 면에서 은행은 의사(醫師)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환자가 아플 때 의사가 약을 처방해야 하는지 수술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듯, 기업이 어려워지면 은행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올해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위한 컨설팅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금리 인하 등 직접적인 금융 지원도 필요하지만, 적극적인 컨설팅을 통해 해당 기업의 강점을 지원하고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성장 프로그램이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생 의지가 강하고 살아날 능력이 충분한 기업에 대해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이 행장은 "이것이야말로 우리은행을 다른 은행과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라고 말했다.

이 행장의 '현장경영' 철학도 의사론(論)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는 "올해도 부지런히 현장을 챙기겠다"면서 "환자의 병세를 다른 사람을 거쳐 듣는 것과 의사가 직접 청진기를 대고 진찰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했다.

물론 기업의 부실은 늘 걱정거리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조원가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올해도 부실 자산의 신속한 매각과 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자산 클린화'를 지속할 예정이다. 특정 기업의 차입금 중 우리은행 비중이 30%를 넘지 않도록 여신 재조정에도 나선다. 이른바 '30% 룰'이다. "때론 냉정해 보일 수 있겠지만 기업을 강하게 키우려면 무작정 퍼줘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행장은 "올해는 고객의 눈빛만 보고도 아픈 곳을 알아내 아예 부실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우리은행의 올해 경영 목표는 '기본에 충실한 내실경영'이다. 이 행장은 "등고자비(登高自卑ㆍ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곳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의 정신으로 고객들에게 자세를 더 낮추겠다"고 말했다. "당장 정상이자도 못 내는 중소기업과 서민들에게 연체이자를 내라고 채근하는 건 기업을 망가뜨리고 서민 고객을 신용불량자로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그보다는 금리도 좀 깎아주고 상환기간도 늦춰주는 게 진정한 금융의 역할 아닐까요."

이 행장은 지난해 우리금융지주가 인수한 계열 저축은행과의 연계 영업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같은 은행 지점의 한 창구에서 5% 이자를 받고 다른 창구에선 20%를 요구하는 게 사회가 양극화로 힘든 상황에서 바람직한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은행이 대부업 비슷한 영업을 하다 보면 은행 브랜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한 국민ㆍ신한ㆍ하나 등 경쟁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로 들썩이는 요즘, 이 행장은 직원들에게 5년째 성과급을 주지 못하는 데 대해 안타까운 심정도 드러냈다. 그는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MOU(경영정상화 이행약정) 때문에 현실적으로 성과급 지급은 어렵다"면서도 "고생한 직원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대담=고재학 경제부장 goindol@hk.co.kr

정리=권경성 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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