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관인사제도 개선위원회가 평생법 관제를 골자로 하는 법원인사제도 개선안을 확정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취임 때부터 평생법관제 정착을 누누이 강조해온 만큼 개선안은 곧바로 내달 법원장 인사에서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법관 임용제도 개선과 함께 사법개혁의 가장 중요한 축으로 거론돼온 평생법관제가 이제 제도로 정착하게 됨으로써 법원과 재판의 모습이 보다 바람직하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순환보직제와 법원장 임기제를 핵심으로 하는 평생법관제가 중요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원숙한 경력법관들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재판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높이고, 전관예우와 같은 부정적 문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이나 연수원 기수를 바탕으로 지법 배석판사-단독판사-지법부장-고법부장-법원장-대법관의 일원적 직급으로 구성된 법원구조는 각기 독립 헌법기관인 판사들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후배가 먼저 승진하면 법복을 벗게 하는 관료문화를 조성해왔다. 소신과 경륜을 갖춘 귀중한 국가적 자산을 사장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실제로 1990년 이후 퇴직법관 중 정년을 채운 법관은 1.3%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부쩍 논란이 되고 있는 판사들의 경박한 언행과 재판에 대한 신뢰 저하도 이런 잘못된 법원 인사제도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법관의 정년 전 중도퇴임은 전관예우 문화를 당연시하도록 만들어 국민의 사법신뢰를 결정적으로 허물었다. 마침 지난해 11월 전관예우 금지법이 발효됐고, 내년부터는 일정한 사회경력을 함께 갖춘 이들이 판사로 임용되는 법조일원화 제도가 점차적으로 시행된다. 법관이 법조인의 명예로운 최종 목표가 되도록 하는 평생법관제 정착조건이 충분히 마련된 셈이다.
물론 당장 신규판사 임용이 어려워져 가뜩이나 늘어난 법조인력의 수급 불균형이 더 커지고, 법원 내에서도 단기적 인사적체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부작용은 국민의 공정한 재판권 보장과 사법신뢰라는 큰 명분과 비할 바 못 된다. 사법부의 큰 진보에 격려와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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