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유난히 안타까운 자살 사건이 많았다. 카이스트 학생 4명이 잇달아 학업 스트레스와 그에 따른 우울증으로 인해 목숨을 끊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12월 2일에는 대전의 한 여고생이, 12월 20일에도 대구의 한 중학생이 동급생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에서 투신한 사건이 일어났다.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청춘들을 죽음으로 내몬 첫 번째 이유라고 생각한다.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이은 죽음에도 '징벌적 등록금 제도'와 '100% 영어 강의제' 등 과도한 경쟁적 학사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경쟁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있는 사회 분위기는 학생들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명문대 진학과 대학 입시만을 위해 공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자살이 어제 오늘 불거진 문제가 아님에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은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때 즉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임시방편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을 포함한 모든 학교 교육에서 인문학 강의를 통해 자아 존중감을 정립시키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 노숙인들에게 인문학을 강의했더니 그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돌아가더라는 한 신부님의 말씀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각 학교에서는 교육과정을 편성하면서 학생들에게 '자아'에 대해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도록 인문학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퍼진 극단적인 편 가르기도 학생들의 죽음을 부추겼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의 극단적인 몸싸움과 노사 간의 갈등, 날로 심해지고 있는 빈부격차 등이 서로에 대한 '배려'와 합리적인 가치관의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공공연한 편 가르기와 함께 '나만 아니면 돼~'하면서 상대편을 고통에 빠뜨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방송하고 있다. 어른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이 같은 무책임한 현상들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별다른 이유 없이 다수에 휩쓸려 한 아이를 따돌리고 고통을 주는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창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화시켜야 한다. 남과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공감능력과 사회적응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올해부터 대부분의 학교가 주 5일 수업제를 실시하게 되므로 동아리 활동의 강화에 사회적 관심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다. 숨겨져 있던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의 잠재능력을 발현하여 자기 주도적인 인재로 성장하는데 동아리 활동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2003년 이후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과 자살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담과 치료, 예방센터의 효율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최근 여성가족부를 비롯하여 정부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병ㆍ의원과 기업 등 민간차원의 관심과 노력도 중요하다. 자살의 문제가 이미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경기침체로 인한 미취업 등의 이유로 젊은 층의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으니 대학에서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버드대에서 운영하는 '즐거운 대학생활'이라는 프로그램과 같이 선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자살예방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하루빨리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자살 예방책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민태원 '청춘예찬')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어야 할 청춘이 경쟁사회와 주위의 무관심 속에서 용기가 아닌 두려움으로 퇴색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진지한 자아의 성찰과 학교를 비롯한 모든 사회 구성원의 따뜻한 관심만이 지난 한 해의 안타까움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 2012년 새해에는 청춘의 끓는 피가 우리 사회의 힘찬 동력으로 성장하는 도전과 열정의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강민영(충남 삽교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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