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남자로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 아니냐는 우스개까지 나온다. '마이웨이' 주인공 김준식(장동건)의 타츠오(오다기리 조)를 향한 한없는 아량과 절절한 우정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지나치게 인간적인, 그래서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정의롭고 순수하기만 한 준식의 모습은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장동건이 주연인줄 알았더니 준식의 친구 종대 역을 맡은 김인권의 영화라는 말은 그나마 약과다. 평면적이다, 비현실적이다는 뒷말이 따르는 이유이고, 관객들이 정서적 울림을 얻지 못하는 요인이다.
부질없지만 '만약에'를 생각해 본다. 준식이 분노를 그때그때 터트리거나 역경을 거치면서 변모하는 모습을 담았다면 어땠을까. 당초 '마이웨이' 시나리오에는 종대라는 인물이 없었다. 소련군 포로수용소에서 안똔이라는 이름으로 완장을 차고, 일본군 포로들을 향해 무지막지한 폭력을 행사하는 종대는 준식의 모습 중 하나였다.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의 잔상이 관객들에게 많이 남아 (인물에) 차별성이 없다고 생각"(장동건)해 시나리오를 고치게 됐다고 한다. 준식의 캐릭터가 '태극기 휘날리며'의 준태와 너무 비슷해 종대라는 인물을 새로 만들어 준식을 다르게 보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맥락은 이해하지만 인물을 차별화하려다 단순화시키는 악수로 이어진 것 아닐까.
또 다른 '만약'을 생각해본다. '마이웨이'에 남녀의 안타까운 사랑이 포함됐으면 어땠을까. 김준식과 타츠오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좀 더 풍성해졌을 것이다. 초기 시나리오엔 타츠오가 준식의 동생을 연모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에선 중국어권 최고 스타 판빙빙이 준식과 스치는 정도의 인연을 맺을 정도로 남녀관계에 인색하다. 그 치열한 전투 장면들이 관객들에겐 무료하게 다가오는 이유일 것이다.
또 하나 더. 만약에 오다기리 조 대신 일본의 빅스타가 캐스팅됐다면? 타츠오 역할에는 당초 일본의 인기 그룹 스맙(SMAP)의 멤버 기무라 다쿠야가 물망에 올랐었다고 한다. 기무라가 출연했다면 14일 극장 300여곳에서 이뤄지는 일본 개봉에 좀 더 기대를 걸 만하지 않았을까. 순제작비 280억원을 쏟아 붓고도 200만 관객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마이웨이'의 재앙을 보고 있자니 안타까운 마음에 '만약에…'만 떠올리게 된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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