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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식 자선(慈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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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식 자선(慈善)

입력
2012.01.0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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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으로서 그의 행적엔 뇌물과 협잡, 비리와 불법이 끊이지 않았다. 요즘의 '막말교사'라면 '비정하고 탐욕스러운 악덕 재벌의 전형'이라고 거침없이 그를 매도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단순한 저질 인간이 아닌 건 분명하다. 오히려 그는 술과 여자, 취미를 멀리하고 평생 근면과 검약, 절제로 일관한 신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역사상 가장 악착같이 돈을 벌어, 누구보다도 번듯하게 자선활동을 벌인 미국 석유왕 존 D. 록펠러(1839~1937) 얘기다.

■ 기업인과 자선가라는 화해하기 어려운 두 얼굴을 가졌던 건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1835~1919)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30대에 이미 자선사업을 계획했지만, 임금엔 매우 인색하고 강경했다.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파업을 강제 해산시키다 10여명이나 숨지게 한 '홈스테드 학살사건'을 빚기도 했다. 기업인다운 타산인지 몰라도, 카네기 식 자선은 그저 엄벙덤벙 돈을 퍼주는 값싼 동정을 넘어 보편적 인류를 위한 기여가 돼야 한다는 분명한 원칙에 기반을 뒀다.

■ 카네기와 록펠러라는 두 거인이 세운 뜻이 부자들의 사회적 윤리로 정착하면서 미국은 세계에서 기부재단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나라가 됐다. 각각 설립 1세기를 넘나드는 카네기, 록펠러재단을 비롯해 2008년 현재 총 7만5,600여개의 기부재단이 활동 중이며, 자산총액은 5,700억 달러에 육박한다. 하지만 기부재단 수나 자산총액보다 중요한 건 카네기나 록펠러 이래 미국 사회에서 숙성된 자선에 대한 철학이나 효용 극대화에 대한 노하우일지 모른다.

■ 현재 세계 최대의 기부재단도 미국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이사회 의장이 설립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재단(B&MGF)'이다. 총자산 370억 달러로 카네기재단의 약 12배를 넘는 규모다. 하지만 빌 게이츠도 그의 자선활동이 카네기ㆍ록펠러의 전통과 철학을 계승한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제 미국 방문에 오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빌 게이츠를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앞선 미국식 자선의 철학과 노하우를 접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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