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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쌍둥이 정치실험 태풍의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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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쌍둥이 정치실험 태풍의 진로

입력
2012.01.0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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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관련 기상용어에 후지와라 현상이란 게 있다. 북태평양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해 서로 견제하기도 하고 힘을 합치기도 하면서 발달하는 쌍둥이 태풍 현상을 일컫는다. 이 분야 연구가 깊었던 일본인 학자 후지와라의 이름에서 딴 명칭이다. 지난해 8월 제11호 태풍 '난마돌'과 제12호 태풍 '탈라스'가 후지와라 효과를 잘 보여준 쌍둥이 태풍이었다.

지금 우리 정치판에도 두 개의 큰 정치실험 태풍이 발달하고 있다. 야권통합의 가속도로 추동되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모바일 투표 태풍이 그 하나고,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발 태풍이다. 그 기세가 막강해 정치판 전역에 태풍주의보라도 내려야 할 판이다 두 태풍은 국민의 정당 쇄신여망을 놓고 경쟁관계에 있지만 기성 정치권의 기득권과 낡은 관행을 깨트리는 데서는 협력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치판의 두 정치실험 태풍의 에너지원은 신자유주의 경제 실패에 따른 극심한 양극화, 무능한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환멸과 분노이다. 이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의해 조직되고 증폭되어 정치판에 휘몰아치고 있다. SNS로 무장한 2040 세대는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선에서 자신들의 손에 정치판을 바꿀 수 있는 수단과 힘이 쥐어져 있음을 깨달았다.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을 위한 당원ㆍ일반시민 선거인단 모바일 투표가 9일 시작됐다. 일반시민 선거인단이 64만3,000명, 당비납부 당원 12만8,000명을 합해 전체 선거인단 규모가 77만여 명이다. 정당 사상 일찍이 유례가 없는 규모요 열기다. 일반시민 선거인단의 88.4%가 모바일 투표를 선택했으니 결과는 이 표심에 달렸다. 여기에는 과거의 조직 동원이나 줄 세우기 등의 구태가 끼여들 여지가 전혀 없다.

그런 점에서 일종의 정치행태 정치문화의 혁명이다.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은 이 혁명이 갖는 의미를 한층 돋보이게 하고 있다. 정당의 문턱을 낮추고 기득권의 벽을 무너뜨려 정당과 일반국민간의 눈 높이를 맞추는 효과도 크다. 그에 따라 일반시민의 관심과 참여,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내처 총선 공천도 모바일로 국민참여도를 높이면 밑으로부터의 공천 혁명도 가능해진다.

위기감의 산물인 박근혜 비대위원회가 쏟아내는 쇄신 바람도 거침이 없다. 천둥벌거숭이 같은 26세 청년, 민주통합당의 멘토로 더 어울릴 개혁적 인사, 보수진영 내부를 향해서도 날카로운 칼날 휘두르기를 서슴지 않는 원칙주의자 등이 벌이는 쇄신의 춤판은 거친 것 못지않게 참신하다. 중앙선관위 홈피 디도스 공격에 이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 한나라당이 난파되지 않고 국민의 이목을 붙잡고 있는 것은 순전히 이들의 활약 덕분이다. 민주통합당을 의식한 공천 개혁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그러나 실제 태풍의 진로를 예측하기 어렵듯이 두 정치실험 태풍의 진로도 예상하기 어렵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민주통합당의 지도부 선출 모바일 투표는 새로운 동원 투표의 위험성을 안고 있다. 15만 명에 달한다는 한국노총 조직, 20만 명 서명을 자랑하는 '국민의 명령', 나꼼수와 정봉주 지지 열풍 등이 어떻게 선거인단 투표에 반영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수 선거인단의 선택은 일반국민의 의사에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지만 '민주당을 점령하라'고 외치는 특정 조직의 열성이 과도하게 표현되면 심한 괴리를 피하기 어렵다.

박근혜 비대위원회도 판을 벌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맵시 있게 매듭지을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아 있다. 쇄신을 주도하는 비대위원들을 사퇴시키라는 친이계 중심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전대 돈봉투 파문으로 그런 반발과 저항이 무뎌지는 운이 따르고는 있다. 그러나 통제하기 어렵게 굴러가는 춤판을 수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박근혜의 정치적 명운이 달려 있다. 말할 것도 없이 두 정치실험 태풍의 진로, 즉 둘의 상호작용과 경쟁 결과가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의 향방을 가를 것이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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