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회는 9일 뉴스 신뢰 추락의 책임을 물어 실시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불신임 투표 결과를 공개하며 자진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MBC 사측은 이를 '해사행위'로 규정하고 아침 뉴스를 진행하던 기자회장을 교체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MBC 기자회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실시한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에 대한 불신임 투표에서 무려 86.4%(108명)가 "불신임한다"에 표를 던졌다. 이번 투표는 기자회 회원 230여명 가운데 데스크를 제외한 현장 취재기자(1996년 이후 입사자)를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이들 중 휴직 및 해외출장자 등 10명을 뺀 125명 전원이 참여했다. 투표 결과 신임 의견은 7.2%(9명), 기권은 6.4%(8명)였다. 카메라 기자들 모임인 MBC영상기자회가 별도로 실시한 불신임 투표에서도 평기자 40명 중 90%(36명)가 불신임 의견을 보였다.
기자회는 이 같은 투표 결과를 토대로 보도본부장 등의 퇴진과 뉴스 쇄신을 이끌어내기 위한 행동에 나설 방침이다. 박성호 MBC기자회장은 "편파ㆍ왜곡 보도로 신뢰가 떨어진 MBC 뉴스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먼저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면서 "제작거부를 포함한 향후 투쟁 방법에 대해서는 기자총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MBC 사측은 기자회의 투표 및 결과공표를 '해사행위'로 규정하고 관련자 징계에 나섰다. 그 첫 조치로 평일 아침 '뉴스투데이'를 진행하던 박성호 기자회장을 전격 교체했다. 사측은 "보도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전념해야 할 때에 제작거부를 거론하며 회사를 압박하는 것은 편을 가르고 경영방침을 흔드는 심각한 해사행위"라고 주장했다.
MBC 노조도 "사측에 MBC 정상화를 위한 쇄신 인사 등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며 이날부터 여의도 본사 1층 로비에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농성을 시작했다. 정영하 노조위원장은 "뉴스의 추락은 몰락한 MBC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면서 "영혼 없는 돈벌이 방송으로 전락한 MBC를 바로잡기 위해 총력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언론인권센터,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등 시민ㆍ언론단체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MBC와 KBS 본사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양사가 6일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토론회 중계를 거부한 것에 대해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무기로 의회와 정당을 겁박해 언론사로서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MBC기자회에도 "KBS 도청 의혹 보도통제, 내곡동 사저 보도축소, 미국법원의 BBK 판결문 특종 홀대 등 숱한 이슈를 외면한 것은 비판하면서 민주통합당 대표 경선 토론 중계 거부에는 왜 침묵하느냐"며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KBS에 대해서는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 당사자인 KBS가 수신료 인상을 논할 자격이 있느냐"며 "시청자가 주인이라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KBS는 공영방송 자격이 없다"고 규탄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신정엽인턴기자(한양대 정치외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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