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화염병 투척사건 범인인 중국인 류모(38ㆍ중국 광저우)씨는 항일운동가인 외증조부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외할머니의 한국 내 자취를 찾아 다니다 분노가 일어 일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9일 류씨에 대해 화염병 사용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과 현주건조물 방화미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종로경찰서는 9일 "류씨가 지난 3일 외증조할아버지가 독립 운동을 하다 투옥돼 사망한 곳으로 알고 있는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본 후 적개심이 일어 일본 대사관 화염병 투척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류씨는 지난달 26일 인천공항 입국 후 외할머니와 외증조할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전국을 여행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외할머니가 중국 위안소로 끌려간 곳인 전남 목포로 가 삼학도를 관광하고, 다음날에는 외할머니가 거주한 대구 불로동에 갔다. 31일 서울로 온 류씨는 지난 3일 외증조부가 고문으로 사망했다는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봤다. 경찰은 "류씨가 어린 시절 한국인인 외할머니로부터 이러한 외가 쪽 집안 내력을 들었다고 말했지만 사실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류씨가 화염병을 투척한 8일은 외할머니 생신이라고 한다.
류씨는 자신이 저질렀다고 하는 일본 도쿄 야스쿠니(靖國) 신사 화재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류씨는 경찰에서 "지난달 25일 오전 일본 후쿠시마(福島)에서 구입한 휘발류 5리터로 화염병 5개를 제작해 신사 정문 기둥에 불을 붙였다"며 "중국으로 돌아가면 일본 경찰의 요청으로 공안 당국에 체포될 것이 두려워 한국으로 왔다"고 경찰에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류씨가 한국 입국 당시 일본인 여성과 동행한 사실을 확인, 이 여성이 일련의 화염병 투척사건에 가담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 여성은 지난 1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경찰 관계자는 "류씨가 사생활이라며 일본인 여성에 대한 진술을 모두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씨는 아랍어 일본어 한국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으며, 고졸로 학원에서 심리치료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류씨는 정신적인 문제는 없어 보이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부각시키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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