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이는 혁명을 이야기 할 수 없다."
월가 점령 시위대에 움튼 사랑의 열기가 1월의 추위를 누그러뜨릴 기세다. 노숙 시위대 가운데 연인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점령 시위가 넉달째 계속되면서 워싱턴 캠핑장에서 생겨난 연인만 10쌍이 넘었다"고 8일 보도했다. 워싱턴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시위대의 야영을 허용하는 곳으로 백악관 인근 맥퍼슨 광장과 프리덤 광장에는 수십명의 시위대가 노숙하고 있다.
노숙 시위를 하는 로버트 월(23)은 동료가 여자 친구를 데리고 오는 바람에 텐트 밖으로 쫓겨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대 젊은이가 기존 질서를 깨트리기 위해 모였는데 어떤 일이 생기길 기대하느냐"고 되물었다. 6월쯤이면 점령시위대가 낳은 신생아라는 뜻의 '오큐 베이비(Occubaby)'가 줄줄이 태어날 것이라는 소문도 자자하다.
WP는 "젊음의 에너지와, 하나의 이상을 공유하는 데서 오는 열정 그리고 척박한 생활이 이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불어넣고 있다"고 전했다.
노숙시위를 하는 사리엘 레흐야니(28)는 "경찰에 쫓기는 과정에서 여자 친구를 만났다"며 "믿을 수 있는 누군가를 찾는 데는 그런 혼란의 순간이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시위대 가운데 고령층에 속하는 마이클 쉐퍼(54)와 레이 테이텀(45)은 페이스북에서 정치토론을 하다 알게 됐다. 시위에 함께 참여하고 연인으로 발전했으며 결혼을 약속했다. 쉐퍼가 실업자여서 결혼반지는커녕 함께 살 집도 준비하지 못했지만 테이텀은 "쉐퍼의 얼굴을 보는 것은 값으로 따질 수 없다"며 웃는다. 쉐퍼는 "솔메이트를 만난 것 같다"며 "시위 참여는 연인을 만나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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