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네 이름은 손 안의 한 마리 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네 이름은 손 안의 한 마리 새

입력
2012.01.09 11:39
0 0

마리아 츠베타예바

네 이름은 손 안의 한 마리 새,

네 이름은 혀 위의 작은 얼음,

입술의 단 한 번 움직임,

네 이름은 다섯 글자,

공중에서 잠시 잡은 작은 공,

입 안의 은색 작은 공.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돌은

네 이름처럼 울려 퍼지리.

한밤중의 가벼운 말발굽 울림 속에

네 이름은 울려 나가리.

방아쇠의 튕겨 울림은

네 이름을 우리의 관자놀이로 불러다 주리.

네 이름은—아, 안 돼!—

네 이름은 눈(目) 위의 입맞춤,

정답고도 차가웁게 꼼짝 않는 눈꺼풀 위의 입맞춤,

네 이름은 눈(雪) 위의 입맞춤.

샘물의, 얼음의, 푸르른 한 모금…

네 이름과 함께—내 꿈은 깊어간다.

● 마리아 츠베타예바는 러시아의 시인입니다. 이 시는 그녀가 젊은 시절 선배 시인 블로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연작시들 중 첫 번째 것이에요. 시인은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가장 섬세한 아름다움을 불러낼 줄 압니다. 날 때부터 그녀의 영혼에는 즐거움과 희망의 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 같아요. 무덤 위에서도 뛰놀고 수용소에서도 장난에 빠져드는 유년시절만 모아놓은 듯. 그런 그녀가 생의 마지막을 자살로 끝냈습니다. 남편이 정치적인 이유로 총살당하고 아사직전의 가난에 시달렸거든요. 그 천진한 영혼을 완전한 불행감에 빠뜨린 모질게 차가운 삶을 생각하면 하루를 시작하는 일이 두려워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누구나 "겨울을 위하여 한 개쯤의 외투는 갖고 있는 것"(기형도, )이니까요.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