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항공사들은 '연료와의 전쟁' 중입니다. 기름을 많이 쓰는 항공사들이 연료에 민감한 건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올 들어 유독 더 그런 것은 유럽연합(EU)의 탄소세 부과 때문입니다.
EU는 올해부터 유럽에 이착륙하는 비행기에 탄소배출거래제(ETSㆍ일명 탄소세)를 시행한다고 각국 항공사에 통보해왔습니다. 각 항공사에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상한선을 제시해주고, 이를 초과할 경우 탄소배출권을 구입하도록 한 것이지요.
EU는 대한항공에 205만톤, 아시아나에는 78만3,000톤의 상한선을 통보했습니다. 그 이상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하면 돈을 내야 하지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결국 연료를 아껴 쓰는 것 외엔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항공사들은 연료절감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것이지요.
현재 항공사들은 한 방울의 기름이라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모두 연료관리전담조직을 두고, '브레인 스토밍'을 통해 온갖 아이디어를 다 끌어 모으고 있지요.
현재 채택된 아이디어를 보면 우선 지상활주거리 단축이 있습니다. 무겁지 않은 비행기는 이륙을 위해 굳이 긴 활주가 필요 없는 만큼 활주로 중간으로 진입해 그만큼 기름을 아끼고 있다는 겁니다. 착륙 후 엔진을 하나 꺼두자는 아이디어도 채택됐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비행기엔진을 과거보다 자주 세척하는데, 대한항공 관계자는 "엔진 속 이물질을 제거하면 연료효율을 0.5%까지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항공기도 자동차처럼 경제속도가 중요한데, 연료절감을 위해 항공사들도 요즘은 기장들에게 경제속도 준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항로도 최적거리로 단축하고 있는데요. 아시아나는 작년 8월 인천~페낭 항로를 편도 29마일(54㎞)정도를 단축했는데 연료 절감량이 160만원 선이었다고 합니다. 이 밖에 비행기 무게를 줄이기 위해 기내 카트까지 줄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런 작업들을 통해 지난 2009년 20만5,000톤의 탄소배출을 감축한 경험이 있습니다. 환경을 위해서나, 비용을 위해서나 이런 노력들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설마 수하물 중량까지 축소하는 건 아니겠지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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