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사도 개인도, 경제가 어렵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퇴근길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기울이며 쏟아내는 직장인들의 푸념에서 팍팍해진 '유리지갑'의 고단함을 느끼듯, 새해 벽두에 쏟아지는 기업들의 신년사에선 업계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건설업계만 봐도 그렇습니다.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의 신년사를 되돌아보면 하나같이 빼놓지 않고 강조하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내실경영'입니다. 불필요한 비용과 원가를 줄이고 시스템을 정비해서 내실을 다지자는 각오입니다. 좋은 뜻이지요. 하지만 내실경영의 이면을 곱씹자면, 살아남기 위해 잠시 쉬었다 가는, 결국 위기를 넘기기 위한 소극적인 방어 전략이라는 얘기도 됩니다.
건설업계에 '위기'라는 말이 등장한지도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그때마다 업계는 내실을 강조했고,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위기가 아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때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한 장수 기업의 대표가 "기업을 하며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어느 한해도 없었다"고 토로했듯이, 기업은 항상 위기와 함께 커왔습니다.
내실경영은 기업의 재무구조를 튼튼히 다지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기업 운영에 필수적인 덕목입니다. 하지만 내실 만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받긴 어렵겠죠. 경기가 어려울수록 꾸준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준비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여기에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경영진의 비전 제시도 요구됩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수주경쟁을 치러야 하는 국내 건설업계로선 수주 다각화와 신기술 개발 등 시장확대 전략이 절실한데, 이는 내실경영 만으로 해결하기 힘든 과제입니다. 기업 환경이 당장 나아지긴 어렵겠지만, 내년 신년사에선 '내실경영'을 대신할 미래지향적인 화두를 기대해 봅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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