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 있던 공자와 맹자가 기업인들의 멘토로 부활했다. 기업가에 불고 있는 '인문학 배우기' 열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한 온라인교육업체가 작년 5월 선보인 '행복한 인문학당'의 인기는 이를 잘 보여준다.
가입비 100만원인 개인회원이 1,000명을 넘어섰는데 상당수가 기업 임원들이라고 한다. 이 강좌를 개설한 휴넷의 조영탁(47 사진) 대표는 '인문학 경영' 전도사. 그는 "과거 우리 경제는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 선두제품을 좇아 모방하는 것)에 급급했지만,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지금은 기업 경영에 인문학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더 이상 기술이나 가격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면서 인문학에 기반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새로운 돌파구로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대표적. 잡스는 생전에 "소크라테스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면 우리 기술 모두를 내놓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인문학에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스토리텔링 능력, 인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이 담겨 있어 조직 운영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강좌를 기획한 계기는 몇년 전 '문(文)사(史)철(哲) 600선은 마스터 해야 사람 노릇을 한다'는 말을 접하고서다. 최소 100권이라도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막상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했다. 그는 "한 대학교가 개설한 CEO를 위한 인문학 과정을 보니 등록금이 1,000만원이 넘었다"며 "누구나 부담 없이 인문학을 공부할 수 있는 강좌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후 교보문고와 제휴해 인문학 100권 선정작업을 진행하며 1차로 9개 고전 강의를 개설했다. 현재 40여 개 강좌가 진행 중이고 오는 4월께 100개 강좌를 완성될 예정이다. 고전별로 6~30회의 전문가 해설 강의가 이뤄지며 1회 분량은 15분 내외로 빠르게 편집해 지루함을 덜었다.
출퇴근 시간에도 들을 수 있도록 모바일 환경도 지원하고 있다. 반응은 기대이상이다. 그는 "삼성생명 한국투자증권 등 153개 기업이 단체가입을 했다"며 "신한금융투자는 작년 10월 직원들에게 온라인 강좌 신청을 받았는데 인문학 강의에만 300명이 몰렸다"고 전했다. 문화 컨텐츠를 생산하는 MBC는 전 직원 1600명을 가입하기도 했다. 포스코 롯데그룹 현대건설 엔씨소프트 등도 현재 인문학 교육을 도입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조 대표는 새로운 인문학 강의도 구상 중이다. 그는 "기존 과정을 패키지로 묶거나 '르네상스와 창조경영' 등 문화와 예술, 역사, 경영 등을 넘나드는 통섭 교육 강의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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