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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물가 고민에 지준율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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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물가 고민에 지준율 카드 만지작

입력
2012.01.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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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6년 만에 지급준비율(지준율)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부가 연초부터 물가 대응에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정작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은으로선 마땅히 손 쓸 수단이 없는 처지. 고물가와 대외 불확실성 사이에 끼여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지준율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그간 지준율 인상, 총액한도대출 축소 등 금리 이외의 통화정책 카드 사용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던 한은에 최근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한은은 작년 말 내놓은 '2012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에서 "통화정책 및 금융안정 수단으로서 지급준비제도의 활용 가능성과 운용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김중수 한은 총재는 신년사에서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각종 수단에 대해 면밀한 평가와 분석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김 총재는 최근 관련 부서에 지준율 상향, 총액한도대출 축소 등의 효과와 부작용을 분석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고객의 갑작스런 지불 요구에 대비하기 위해 예금의 일정비율을 쌓아두는 지준율을 높이거나 중소기업 대출 실적과 연계한 저리의 총액한도대출을 축소하면 시중 유동성이 줄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한은은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한은법 개정으로 예금 종류별과 금융기관별로 지준율을 다르게 부과할 수 있게 된 만큼 금융시장 안정 측면에서 그 효과를 검토해 보겠다는 취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특히 2003년부터 통화량이 아닌 기준금리를 운용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지준율 인상 등의 효과가 미미하고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는 내부 반론도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은이 결국엔 지준율 등의 카드를 동원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물가에도 불구하고 금리 동결 행진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은이 마냥 손 놓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을 것"이라며 "지준율 등의 대체 카드를 모색해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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