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포기하는 한국 남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벌써 가정을 이뤘을 40대 초ㆍ중반(40~44세) 남성 7명 중 1명이 독신이다. 이는 15년 전에 비해 6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9일 통계청이 한국인구학회에 의뢰해 만든 ‘2010 인구주택 총조사 전수결과 심층분석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35~39세 남성 4명 가운데 1명(26.9%)이 미혼이었다. 1995년만 해도 6.1%에 불과했던 30대 중ㆍ후반 노총각이 15년 새 4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40대 노총각은 더 많이 늘었다. 40~44세 미혼남은 14.8%로 15년 전(2.6%)에 비해 6배, 45~49세(1.2→8.2%)는 7배 가까이 급증했다. 노총각 증가세가 노처녀보다 훨씬 가팔랐다. 같은 기간 40대 초ㆍ중반과 중ㆍ후반 미혼 여성 비율의 증가세는 각각 3배로 남성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노총각의 급증은 경제난으로 결혼 시기가 늦춰진 게 1차적인 이유다. 외환위기 이전 7년(1990~97년) 동안 남성 초혼 연령이 27.9세에서 28.4세로 0.7세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이후 7년간 2.2세나 높아져 3배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여성의 초혼 연령은 외환위기 전 7년간 0.9세 증가(24.8→25.7세)에서 이후 7년간 1.8세 증가로 2배 높아져 남성 증가세보다 낮았다.
경제난이 유독 남성 미혼율 증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남성은 돈 벌이, 여성은 육아와 가사’라는 고정관념 탓이 크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실제 대다수 미혼 남성들이 안정된 직장을 얻어 돈을 잘 벌면 결혼하겠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장기간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만혼 남성 비율이 계속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총각을 줄이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인식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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