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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양날의 칼, 일본 소비세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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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양날의 칼, 일본 소비세 인상

입력
2012.01.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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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가가 연초부터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 문제로 떠들썩하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현재 5%인 소비세를 2014년 4월까지 8%, 2015년 10월까지 10%로 올리는 인상안을 확정해 3월 정기국회에 소비세 인상법안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당내외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증세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탈당 도미노가 이어지고 있고 자민당, 공명당 등 야당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증세 반대론자들은 정부가 소비세 인상 추진의 근거로 지적하는 일본의 재정위기가 유럽의 그것만큼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손을 댈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2011년 일본의 채무비율은 233%로 유럽 재정위기를 유발한 그리스(167%)나 이탈리아(123%)와 비교하면 분명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의 95%를 은행,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고 이들 기관이 국채를 내다팔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재정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더욱이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이자를 지급하는 국채의 선호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채무비율이 지금보다 높아지더라도 버틸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반대파의 논리다.

반대파의 한 의원은 "은행과 보험회사의 자금은 결국 국민이 맡긴 돈"이라며 "일본 재정의 버팀목이나 다름없는 국민에게 또 다른 부담을 지워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이 의원은 "일본의 조세부담률이 23%로 선진국 평균(35%)보다 낮은 만큼 세율 인상은 지금보다 어려운 시기를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증세론자의 견해는 다르다. 일본의 재정이 유럽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런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장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개인의 수입이 줄고 가계저축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은행이나 보험회사로 들어가는 돈이 줄어들면 이들 기관이 향후 국채를 매입할 여력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 과거보다 국채 이자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여서 만기 도래 국채가 정부에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증세파의 한 의원은 "일본 국채가 지금은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부동산 버블 때처럼 한 순간 자금이 이탈하고 국채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최근 세계적으로 증폭되고 있어 채무 일색인 재정문제를 한시라도 빨리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세론자들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해 8월 일본 국가신용등급을 Aa2에서 Aa3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 "일본은 대규모 재정 적자가 확대되고 국가부채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결국 지금 상태로 재정문제를 계속 안고 갈 경우 국가 신용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소비세 인상을 두고 두 진영이 나름의 논리로 중무장하고 있지만 국민은 양측이 정책 대결보다 밥그릇 싸움에 몰두한다는 인상을 더 많이 받는 게 사실이다. 노다 총리는 소비세 인상안을 3월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킬 경우 강한 총리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 있고 20% 대까지 추락한 지지율도 한번에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민당은 국민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선심성 공약을 통해 올해 있을 중의원 선거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민주당내 대표적인 증세 반대론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 그룹 의원들도 증세의 타당성을 논하기보다 노다 총리를 빨리 끌어내리려는 데 혈안이 돼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을 두고 정책은 간데 없고 진흙탕 싸움만 난무하던 한국의 정치판이 떠올라 씁쓸하다.

한창만 도쿄 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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