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재의(再議) 요구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김상현 위원장(민주당)은 8일 "이대영 서울교육감 권한대행으로부터 9일 재의 요구를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대영 권한대행은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시의회의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학교현장과 외부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재의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김 위원장은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9일 오전 서울시의회에 재의 요구서를 공식 제출할 계획이다. 교육청은 시의회가 지난달 19일 통과시킨 조례안 중 성적(性的) 지향, 임신ㆍ출산 등으로 차별 받지 않을 권리, 교내 집회 허용 등 일부 내용이 안팎에서 논란을 빚으면서 고심을 거듭해왔다. 그러다 집단 괴롭힘을 당해 자살한 대구 중학생 사건을 계기로 인권조례가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제약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재의 요구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월로 예정된 학생인권조례 시행이 불투명해지면서 진보ㆍ보수 단체의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이대영 교육감 권한대행 퇴진운동까지 불사하며 줄기차게 재의 요구를 해온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크게 반겼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올바른 결정"이라며 "정치논리가 아닌 교육적 논리로 접근해 학교현장에서 필요한 인권조례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례 주민발의안을 작성ㆍ제출한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 활동가 전누리씨는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도 인정한 학생인권조례를 번복하는 것은 국제적인 망신"이라며 "교육과학기술부와 보수단체에 이끌린 정치적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교과부는 조례 통과 직후부터 "조례 추진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사실상 재의를 종용해왔다.
시의회는 재의 요구서가 도착한 날부터 10일 이내에 재의결에 부쳐야 하지만 시의회가 폐회 중이어서 임시회가 열릴 2월 중순에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재의에 들어가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김상현 위원장은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재가결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번 조례 통과 당시 찬성 54명, 반대 29명, 기권 4명으로 민주당의 이탈표가 나왔기 때문에 재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취임 때부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했던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9일로 예정된 선고공판에서 곽 교육감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를 받을 경우 즉시 교육감직에 복귀할 수 있어 재의 요구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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