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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군부 실세 반란음모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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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군부 실세 반란음모 구속

입력
2012.01.0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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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퇴역한 터키 합참의장이 반란음모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돼 구속됐다. 현실 정치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던 터키 군부의 우두머리가 처음으로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되면서, 10년 가까이 이어진 군부와 정부의 권력투쟁이 종지부를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일케르 바스부 전 합참의장이 에르게네콘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6일 수감됐다"고 보도했다. 2007년 발각된 에르게네콘 사건은 정부 요인 암살, 이슬람사원 테러 등으로 혼란을 조장해 군부의 정치 개입 명분을 만든 뒤 이슬람주의에 뿌리를 둔 현정부를 전복하려 했다는 내란음모 사건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은 군인 200여명을 포함해 언론인, 정치인 등 300명 가까이 된다.

2008~2010년 합참의장을 지낸 바스부는 정부 비방 웹사이트 10여개에 자금 지원을 명령하는 메모가 발견돼 구속됐다. 그는 "세계 최강 군대 중 하나인 터키군의 수장이 테러 단체에 가담했다는 건 웃기는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집권 정의개발당(AKP)은 "군부가 더 이상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걸 보여 줬다"고 환영했다.

뉴욕타임스는 "바스부의 구속으로 친이슬람주의 정부와, 군부로 대표되는 세속주의(정교분리) 세력의 투쟁이 일단락 됐다"고 평가했다. 터키 군부는 1923년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케말 파샤)가 세속주의 헌법을 기반으로 공화국을 건국한 이후 줄곧 세속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현실정치에 개입해 왔다. 1960년 이후 세 차례 쿠데타에 성공했고 1997년에는 헌법재판소를 압박해 터키에 처음 들어선 이슬람주의 정부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2002년 정권을 잡은 뒤 군 개혁을 추진하면서 10년 가까이 군부와 권력투쟁을 해왔다. 양측의 힘의 균형은 지난해 에르도안 총리가 3선에 성공하면서 정부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이에 대해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중동 민주주의의 본보기로 여겨지는 터키 정치가 권위주의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에르도안 총리가 군부와 싸우는 과정에서 사법부와 언론을 차례로 장악해 정부 견제 세력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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