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을 공부한다고 하니 '동태'나 '명태' 연구는 안 하느냐는 썰렁한 농담도 많이 들었다. 물리학자는 소립자를 연구하고, 생물학자는 세포를 연구하고, 천문학자는 별을 연구하는데 생태학자가 연구하는 대상이 무엇이냐는 좀 더 세련된 질문도 가끔 듣는다. 아마도 대중들 머릿속에 있는 생태학자는 '동물의 왕국'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아프리카 야생에 파묻혀 자연을 관찰하는 좀 종교적인 사람인 것 같다. 구체적인 대상이 잘 안보이니 실제로 생태학자가 연구하는 대상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명확히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 질문은 1930년대 까지도 많은 생태학자들 자신의 고민이었다. 당시에는 물리학, 화학, 유전학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시기였지만 생태학은 아직도 뭔가 신비에 쌓여있는 학문으로 주로 야생에서 변화하는 식물들 집단을 관찰하고 신기한 동물들의 행동을 묘사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일부 학자들은 식물의 군집이 일정한 규칙을 가진 듯이 변화하는 양상, 즉 '천이 (Succession)'라는 현상을 보며 숲이나 자연이 살아있는 초유기체라고까지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생태학이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지 한마디로 정의하지 못했다.
이런 애매한 것을 정해준 남자, 즉 생태학의 '애정남'은 영국의 생태학자 아서 탠슬리 경이었다. 생태학이 신비주의로 빠지고 있을 무렵 탠슬리 경은 생태학도 다른 학문처럼 구체적인 연구 대상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젊은 연구자의 머리를 빌어 고안한 단어가 '생태계'라는 용어다.
그는 단순히 동식물 간의 생물학적인 관계뿐 아니라 생물과 이를 둘러싼 환경을 통틀어서 생태계라고 부르며 이것이 생태학 연구의 대상이라 명쾌히 정의했다. 탠슬리 경 자신은 전혀 예상치도 못했지만, 이후 생태계라는 용어는 현대 환경 문제의 핵심 용어로 사용될 뿐 아니라, 경제학이나 경영학에서 '시장 생태계'라는 단어로, 또 현 정부 국정기조인 '공생발전'이라는 표현에 까지도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생태계'라는 용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첫째, 생태계는 뚜렷한 경계가 있는 대상이다. 따라서 생태계를 연구하려면 제일 먼저 대상물이 어디까지 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생태계 내에는 여러 가지 구성요소들이 존재한다. 생태계 내에 존재하는 중요한 구성요소들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이 구성요소들 사이의 상호 작용과 조절이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이 상호 작용을 통해 생태계가 안정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를 통해 생태계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된 에너지가 끊임없이 전달되며 흐르고, 또 주요한 물질들이 순환한다. 최근 들어 '생태계'나 '공생'이라는 개념이 돈을 더 벌기 위한 도구로, 혹은 사회의 통합을 위한 목적으로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하지만, '생태계'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고 사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예를 들어, '시장 생태계'를 대한민국으로 한정 지을 것인지, 해외의 어느 시장까지를 포함할 것인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 구성요소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대기업과 중소기업만을 사회의 주요한 구성요소로 본다면 사회구성 요소의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또 이 구성요소들끼리 혹은 주변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생태계 안에서 건전한 에너지나 재화의 흐름은 기대하기 어렵다. '생태계'란 단어를 사용하기 앞서, 생태학자들 사이에서 이 단어가 어떻게 도입되었고 연구되었는지에 충분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이다.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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