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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향해 달린다] (7) 복싱 신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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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을 향해 달린다] (7) 복싱 신종훈

입력
2012.01.08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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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죽어도 하기 싫었다.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셨다.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축구부에서도, 레슬링부에서도 고개를 가로 저었다. 친구들과 우연히 복싱장을 구경하게 됐다. 이거다 싶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24년간 끊긴 한국 복싱의 금맥을 회복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집념의 파이터' 신종훈(23ㆍ인천시청)의 복싱 인생은 군더더기 없는 한편의 드라마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구미에서 성장한 신종훈은 신평중 2학년 때 복싱과 인연을 맺었다. 늦게 시작한 운동이지만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며'한국 복싱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했다.

신종훈은 이른바 헝그리 복서다. 집안 환경이 넉넉하지 못한 신종훈은 "복싱만 잘하면 먹고 살 길이 열린다"는 얘기에 귀가 번쩍 뜨였다. 처음 글러브를 낄 때부터 '두 주먹으로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다부진 마음을 먹었다. '골목대장'노릇을 했을 정도로 주먹에는 자신이 있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새벽부터 집을 나서는 아버지, 맞벌이로 늘 바쁜 어머니의 짐을 덜어드리고 싶었다. 10평 남짓 좁은 집에서 넓은 집으로 이사가 넉넉하게 지내는 꿈을 그렸다. 자신의 두 주먹에 온 가족의 미래가 걸렸다고 생각했다.

신종훈은 김진호 금오고 복싱부 코치를 '인생의 은인'이라고 말한다. 김 코치 덕분에 복싱에 입문했고 오늘 날의 신종훈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 코치는 신종훈의 비범한 재능을 눈 여겨 보고 "아들에게 매맞는 운동을 시킬 수 없다"던 부모님을 1주일간 찾아 뵙고 설득해 허락을 얻어내 신종훈에 복싱의 기본기를 닦아줬다.

신종훈은 경북체중으로 전학하며 본격적인 복서의 길로 접어 들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경북체고에서 곽귀근 감독을 만나 복싱에 눈을 떠 전국 무대에서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대학 진학 대신 서울 시청 입단을 선택한 것은 가계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당시 집안 형편이 어려워 빚까지 지게 돼 고정된 수입이 필요했다.

신종훈은 2008년 5월 대통령기 대회에서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던 홍무원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09년 첫 출전한 국제 대회였던 밀라노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며 한국 복싱의 새로운 영웅으로 떠올랐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노메달의 충격을 겪었지만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내며 국제 경쟁력을 확인했다.

신종훈은"흘린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는 각오를 밝혔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겪은 아픔이 컸기 때문에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신종훈의 다짐이다.

신종훈도, 이승배 복싱 대표팀 감독도 메달 획득의 지름길로 마인드 컨트롤을 꼽았다.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급격히 페이스가 무너지는 단점이 있는 신종훈은 "좀 더 성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시안게임 이후 슬럼프를 겪으며 복서는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광저우의 아픔은 다시 겪을 수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사진=고영권기자 yoi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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