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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겨울 텃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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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겨울 텃새

입력
2012.01.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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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짹 짹짹짹... / 텃새 없는 겨울 아침은 쓸쓸할 거다 / 눈발이 휘몰아치는 겨울 아침은 / 외솔처럼 쓸쓸할 거다'(홍운표 '겨울텃새'중). 겨울 아침 텃새라도 없다면 도시는 너무 삭막할 것이. 움츠러든 출근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는 직박구리, 박새 무리의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요즘 개체수가 부쩍 는 직박구리는 유난히 시끄럽지만 콘크리트 도심에서도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게 여간 고맙지 않다.

■ 텃새들에게 겨울은 혹독하다. 강추위를 맨몸으로 견뎌야 하고 먹이찾기도 힘들다. 하지만 나름의 겨울나기 지혜가 있다. 추위가 닥치기 전 지방을 축적하고 솜털갈이를 한다. 영하 20도 안팎 혹한에도 새의 발은 동상을 안 입는다. 원더넷(wonder net)이라는 발목 모세혈관망 덕분이다. 일종의 열교환기인데, 41~42도에 달하는 동맥 피를 0도 가까이 낮춰 발로 보내고 발의 찬 정맥 피를 데워 심장으로 보내 체온을 유지하고 동상을 막는다.

■ 겨울먹이를 저장하는 녀석들도 있다. 때까치는 개구리 쥐 도마뱀을 사냥해 철조망이나 나무가시에 꽂아 두었다가 조금씩 찢어먹는다. 어치는 도토리나 밤과 같은 열매를 땅에 묻어 놓는데, 미처 못 찾아 먹은 열매는 싹을 틔워 자란다. 생태계 공생의 한 예다. 대부분 텃새는 나무씨앗 등으로 간신히 연명하거나 인가 주변에서 먹이를 구한다. 먹이가 궁한 곤줄박이, 동고비는 등산객에게 겁 없이 다가와 손바닥 위의 먹이를 채가기도 한다.

■ 혹독한 생존환경을 이기지 못하고 생명을 잃는 개체수도 적지 않다. 따뜻한 곳으로 떠나지 않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것이다. 온난화 탓에 눌러앉아 겨울을 나는 여름철새도 늘고 있다. 요즘 서울 근교 냇가에서도 종종 해오라기나 왜가리 무리를 볼 수 있다. 엄동설한이 언제 끝나랴 싶은데 박새 노래에 윤기가 느껴지는 날이 있다. 우리보다 먼저 봄 기운을 느끼고 짝짓기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텃새들에게 환희의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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