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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40주년/ 유럽·북미 등 지역·국가별 '유산' 편중 후발국들에도 유산 등재 문호 넓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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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40주년/ 유럽·북미 등 지역·국가별 '유산' 편중 후발국들에도 유산 등재 문호 넓혀야

입력
2012.01.0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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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남부 누비아 지역에 자리한 아부심벨 신전은 피라미드와 함께 이집트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1960년대 나일강 아스완하이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했던 이 신전은 유네스코가 주축이 된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지금의 자리로 이전 복원됐다. 바위를 뚫고 지은 거대한 건축물을 조각 내 옮기는 대공사에 세계 50여개국이 재정, 기술적으로 힘을 보탰다.

이를 계기로 인류 공동의 유산을 보전하기 위한 국제협약이 마련됐다. 유네스코에서 1972년 채택돼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세계 문화-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약칭 세계유산협약)이다. 인류의 유산 가운데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것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해 전세계가 함께 보호하고 보존하자는 취지다.

세계유산은 크게 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으로 나뉜다. 문화유산에는 유적, 건축물, 문화재적 가치를 지닌 장소가 포함되며 인류무형유산, 세계기록유산은 별도로 관리한다.

세계유산협약은 채택 3년 만인 1975년 발효됐다. 당시 비준 국가는 20개국, 현재는 188개국이 가입해 있다. 1978년 갈라파고스 군도 등 12건으로 출발한 세계유산 목록은 153개국 936건(문화유산 725건, 자연유산 183건, 복합유산 28건)으로 늘었다. 한국은 1988년 가입해 1995년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석굴암-불국사 등 3건을 시작으로 총 10건을 등재했다. 이 가운데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묶은 1건만 자연유산이고 나머지는 문화유산이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보호를 위한 국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관광객 증가도 기대할 수 있어 각국의 등재 경쟁이 치열하다. 등재 결정기구인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신청은 매년 나라당 2건, 전체 심사 건수는 매년 45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세계유산 목록의 대표성과 신뢰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세계유산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회의(ICOMOS)는 목록이 유럽의 역사 유적지와 종교 기념비, 기독교 유물 등 '엘리트주의적' 건축물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럽과 북미에 쏠린 지역별 국가별 편중도 심각하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중국 등 상위 5개국이 전체 목록의 20%를 차지한 가운데 후발 국가들에겐 세계유산 등재가 갈수록 좁은 문이 되고 있다. 가난한 나라는 더 힘들다. 등재에 필요한 까다로운 요건을 갖추기 힘들고 유산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널릴 알릴 힘도 없기 때문이다. 인류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는 세계유산의 취지에 맞게 실제 목록에서 보편성을 구현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세계유산협약 40주년을 기념하는 유네스코의 올해 주제는 세계유산 보호, 지역공동체의 역할, 지속가능한 개발이다. 유산은 사람들의 자기정체성, 상징성, 지역사회 발전에 매우 중요하며 따라서 유산 보호야말로 지속가능한 개발의 토대이고 여기에는 지역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함을 널리 알리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중 여러 이벤트와 워크숍, 전문가 회의, 대중과 청소년 교육, 캠페인, 전시 등을 펼친다. 40주년 행사는 30일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기념식으로 시작해 11월 8일 일본 교토에서 마친다.

오미환 선임기자 ohm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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