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사법주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법원 내 연구모임을 설치하자는 일선 법관들의 건의를 수용하기로 했다. 다만 별도의 기구 설치가 아닌 기존 법관 연구모임을 통한 논의 쪽으로 문제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8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 3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FTA 연구모임 설치를 건의한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 등 168명의 일선 법관들에게 "국제거래법연구회에 FTA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조항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를 요청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판사 140여명으로 구성된 국제거래법연구회는 국제거래와 관련된 조약과 중재 등을 연구해온 법원 내 14개 공식 연구모임 중 하나다.
대법원이 행정처 산하에 한미 FTA와 관련한 별도의 연구팀을 설치해 마치 행정부와 맞서는 것처럼 비치는 모양새를 피하면서도 FTA에 대한 연구 및 검토가 필요하다는 일선 판사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는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국제거래법연구회에서 FTA 연구를 진행하되, 그 과정에 기존 회원뿐 아니라 관심 있는 법관 모두가 참여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연구회 내부에 소모임을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연구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견해를 청취할 수도 있고 세미나 등을 개최해 성과를 발표하고 공유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연구회에서 FTA 연구를 진행할 경우 법원행정처에서 이를 적극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하늘 부장판사 등 현직법관 168명은 지난해 12월 'FTA 불공정성 여부를 법률적인 관점에서 검토해볼 수 있도록 대법원 산하에 FTA 연구를 위한 공식적인 연구팀을 만들어달라'는 취지의 건의문을 양 대법원장에게 제출했다. 이에 대해 양 대법원장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약의 문제점을 연구해보겠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그런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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