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과 한국일보사가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2011년 12월 시 장원에 양동혁(동원고ㆍ필명 윤스리)군의 ‘도둑고양이’가 선정됐다. 이야기글에서는 김민성(창신고ㆍ필명 천추)군의 ‘백혈구 혈소판 적혈구’, 생활글에서는 신주은(군산여고ㆍ필명 레질리먼시)양의 ‘우연’, 비평ㆍ감상글에서는 장성호(고양예고ㆍ필명 문성)군의 ‘보들레르’가 뽑혔다. 당선작은 문장글틴 홈페이지(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 전국국어교사모임은 문장글틴 홈페이지를 통해 연중 청소년 글을 공모하고 있다.
도둑고양이
양동혁
더 이상, 아니 애초에 인간의 것이 아닌음식을,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먹고 사는 고양이는 도둑이란 호(號)를 달고 산다.
어둠 아래서 노숙하는 도둑고양이허기진 배를 채우러 총총걸음으로 미끄러진다.가로등 아래 서면 따끈따끈한 쓰레기가 기다리고 있다.매일매일 새로운 식사가 제공되지만도둑고양이는 매일매일 먹을 수 없다.무미건조한 발자국에서도고양이는 살의(殺意)가 실린 음악을 듣는다.
고양이는 왜 가난해졌나.고양이는 왜 무산계급(無産階級)이 되었나.쥐를 퇴치하는 거리의 청소부는페스트를 퇴치하는 거리의 의사는왜 도둑이라 불리나. 왜 실업자가 되었나.
도둑질이라 불리는 고양이의 생계(生計)살기 위한 몸부림에 찍힌 범죄의 낙인은무산계급의 계급장처럼 삶과 등을 맞대어 운명을 함께 할 것이다.죽음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숙주를 찾는가난이란 기생충은 무산계급이란 종(種)의 굴레 속에서영생을 누릴 것이다.
(중략)
도시의 항문 근처에 남겨진버려진 것,을 먹는버려진 것,과 사는버려진 고양이는절도죄를 범하지 않는정의로운 법에 저촉되지 않는괴도(怪盜), 이상한 도둑이다.
▦선정평
가난하다 하여 범죄에 더부살이하는 게 아닌데, 고양이의 아호(雅號)가 아프다. 어찌 이것이 길고양이만의 문제일 수 있으랴. 가난을 개척하자, 가난을 패배한 결론이 아니라 활기찬 질문의 지평으로 삼아보자. 유종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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