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상에서 활약 중인 해군 청해부대에는 다른 어느 부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장비가 실려 있다. 바로 곡식의 껍질을 벗기는 도정기다. 정미소에 있어야 할 도정기가 왜 해외 파병부대에 있을까.
청해부대는 6개월 간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쌀을 아무리 잘 보관해도 눅눅해진다. 해군은 고민 끝에 지난달 파병된 청해부대 9진이 타고 간 대조영함에 200만원짜리 도정기 2대를 실었다. 또 100% 백미로 채웠던 군량미를 현미 50%, 백미 50%로 바꿨다.
현미는 왕겨가 그대로 붙어 있는 쌀이고, 백미는 시중에서 파는 것과 같이 도정한 것이다. 절반을 백미로 남겨둔 것은 도정기 2대가 모두 고장 날 경우 대원들이 망망대해에서 굶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군 관계자는 6일 "현미는 건강에도 좋고, 쌀에 비해 2.5배 늦게 썩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신선한 현미밥 덕분에 청해부대 9진 대원들의 급식 만족도는 이전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고 한다. 국방부는 도정기를 도입해 장병들의 복지수준을 높인 청해부대의 사례를 2011년 국방경영혁신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청해부대원 300여명이 먹는 쌀은 하루 100㎏으로 6개월이면 20여톤에 달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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