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전속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집권여당을 둘러싼 사안이라 시간을 끌 경우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는데다, 의혹이 사실일 경우 관련자들이 입을 맞출 가능성도 있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사건을 처리하기로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지 하루 만인 6일 오후 수사 의뢰 대리인인 김재원 법률지원단장을 불러 조사했다. 당초 폭로 당사자인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도 이날 출석하라고 통보했으나, 일정 조율을 거쳐 8일로 소환일정을 확정했다. 고 의원 등이 검찰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공언한 만큼 일단 수사의 첫 단추를 꿰는 데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고 의원한테 돈을 전달한 인사가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라는 게 복수의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지만, 김 수석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김 수석이 검찰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경우, 별도의 물증이 없는 한 수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돈봉투를 돌린 후보로 지목되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진다 해도 형식적 차원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검찰은 관련자 조사와 동시에 박 의장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광범위한 계좌추적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 의원의 돈봉투 수수 시점을 전후한 계좌 입출금 내역을 통해 자금 흐름을 좇다 보면 실제로 한나라당 내부에서 돈이 오고갔는지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무더기 소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돈봉투 살포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연루자들은 정당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 정당법 50조 '당 대표 경선 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는 정당 대표자나 당직자 등의 선거에서 금품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받은 사람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금품 제공을 지시ㆍ권유하거나 요구한 경우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형량이 더 높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 선거에 나설 후보자가 아니라 당 대표를 뽑는 내부 선거과정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공직선거법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뚜렷한 물증이 발견되지 않고 관련자들도 부인으로 일관한다면 검찰로서는 내사종결 처리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증거 부족으로 의혹의 실체 규명에 실패한다면 검찰만 '부실 수사'나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에 시달릴 게 뻔해 수사팀의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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