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제기한 '전당대회 300만원 돈 봉투 제공 의혹'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고 의원은 4, 5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과거 한 전당대회 때 친이계 전직 대표가 친이계 의원을 통해 300만원이 든 봉투를 제공했으나 돌려 보냈다"고 주장했지만, 돈 봉투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사들은 6일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 부인했다.
고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비서한테 (돈 봉투를) 맡겨 놓고 가셔서 제가 돌려드리라고 했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고 의원이 돈 봉투를 직접 받고 돌려준 게 아니라, 비서를 통해 받은 뒤 비서 또는 다른 측근을 통해 돌려 줬다는 얘기다. 고 의원의 비서에게 돈 봉투를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고 의원의 한 측근은 이날 "통상적으로 국회의원이 다른 의원의 비서에게 그런 물건을 건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돈 봉투 제공자의 비서 등 제3의 인물이 '심부름'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누가 돈 봉투를 가지고 왔는지 등에 대한 고 의원 비서의 증언은 앞으로 검찰 수사 및 진실 규명 과정에서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 의원은 최근 "2008년 7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에 당선됐던 박희태 국회의장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당시 한나라당 의원)을 통해 봉투를 보냈다"고 복수의 동료 의원들에게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고 의원 부인이 몇 년 전부터 다른 국회의원 부인 등을 만난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수 차례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당내 일각에선 고 의원이 박 의장을 지목한 것에 대해 '자치단체장 출신으로 박 의장과 같은 고향인 P씨가 총선 공천을 앞두고 고 의원의 지역구(서울 서초을)를 노리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 의장이 P씨 공천에 입김을 행사할 수 없게 하려는 전략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 의원 측은 "전혀 관계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돈 봉투 의혹에 대해 박 의장은 이날 "전혀 모르는 일이고 나와는 관계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박 의장은 기자들을 만나 "(돈 봉투 문제를)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고, 돈을 만져 보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박 의장은 고 의원에 대해서는 "나와 관계가 없고, 당시(2008년)엔 고 의원을 잘 몰랐다"며 "당시 나는 국회의원도 아닌 평당원 신분이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고 의원에게 돈 봉투를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고 의원과 말 한 마디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이어 "나는 집단을 선택하는데 신중하고 거기에 열심히 하는 것이 제 일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고 의원을 겨냥한 뒤 자신의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응당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이날 대부분의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입을 굳게 닫았다. 다만 고 의원은 "검찰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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