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과 지방흡입 등으로 '변신'에 성공한 스타들의 얘기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돈 주앙'으로 잘 알려진 19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1788~1824)은 숱한 기행과 여성 편력으로 유명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비화가 있다. 그의 얼굴을 보고 기절한 여성이 있었다고 전해질 정도의 빼어난 외모는 사실은 쉽게 살이 찌는 체질에 맞서 평생 계속했던 다이어트의 산물이었다. 그는 외모를 거의 병적으로 중시했다.
케임브리지대 재학 중이던 1806년 바이런의 체중은 88㎏까지 불었다. 살을 빼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웠다. 비스킷과 소다수, 식초에 절인 감자만 먹었고, 스웨터를 몇 겹씩 입고 땀을 흘렸다. 그 결과 4년여 뒤인 1811년 몸무게는 57㎏으로 줄었다. 이후 해마다 10여 차례 체중을 점검했다. 살이 찐다는 이유로 우유는 입에 대지도 않았다. 무리한 다이어트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다이어트에 대한 집착은 끝내 버리지 못했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 시가를 달고 살았다. 1822년 건강이 극도로 나빠진 바이런은 2년 뒤 그리스 메솔롱기온에서 36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시씨(Sissi)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황후 엘리자베스 폰 비텔스바흐(1837~98)도 19.5인치(49.5㎝)의 잘록한 허리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매일 허리 사이즈를 재 기준치를 넘으면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구토제나 관장약 등 약물 복용도 서슴지 않았다.
미국 소설가 겸 비평가인 헨리 제임스(1843~1916)는 공복시 소량을 충분히 씹어 먹는 '플레처식 식사법'을,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는 식이요법을 통해 다이어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출신의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의 연인이자 저명한 미국 미용 영양학자인 게이로드 하우저 박사는 "유명인들은 매력과 인기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늘 살고 있다"며 "그것이 다이어트에 목을 매는 이유"라고 말했다.
BBC방송은 역사학자 루이스 폭스크로프트를 인용, "대중을 의식한 유명인들의 다이어트는 현대 사회의 현상만은 아니다"며 "다이어트 관련 산업이 수십억 달러 규모로 발전한 것도 이런 역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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